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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발목 잡힌 중노년층… 보험대출·저축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은퇴자들은 물론 중노년층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우선 SBS 시사보도 프로그램 뉴스토리가 보여준 은퇴자들의 삶은 어떨까.

27년간 대기업에 근무하다 임원직까지 오른 뒤 퇴직한 강찬영 씨. 이후 수십 차례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금은 택배회사에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는 강 씨는 1/10로 줄어든 월급을 받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

퇴직 후 소득과 관계 단절을 겪으면서 한동안 우울감에 시달렸다는 손호경 씨.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지속적으로 할만한 일을 찾지 못해 결국 퇴직금을 털어 빨래방을 차렸다. 또 다른 은퇴 3년 차 60대 남성은 블루베리 농사와 아파트 관리소장 일을 병행해서 하고 있다. 관리소장 퇴직 이후 귀농을 했지만, 한 달 100만 원 남짓의 수입 때문에 이른바 '투잡'을 뛸 수밖에 없었다.

304회 홍보이미지1 (일하는 강찬영씨) 택배 분류
SBS 제공

◆ 보험약관대출 중 50대 이상이 57%

개인대출 최후의 보루이자 서민경제 불황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보험약관대출에서 중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보험약관 대출은 63조672억원이다. 이 중 50대 이상 중·노년층의의 대출 규모는 36조2천769억원으로 57.5%를 차지한다.

중·노년층의 보험대출 규모는 작년보다 8천36억원(2.3%)이 늘었다.

전 의원 측은 "어려워진 살림에 보험약관 대출 규모가 8천억원 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재수 의원은 "50대 이상은 일반적으로 퇴직 후 재취업을 준비하거나 노후를 준비하는 연령대"라며 "보험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해지의 위험성을 안고서까지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를 끌어쓸 정도로 어려움이 크다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 기대수명 증가에 노후 자금 수요 커졌다.

문제는 기대수명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지만, 오는 2100년 기대수명은 92.5세로 OECD평균인 90.7세보다 길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사망 시점에 대한 편차도 컸다. 기대수명이 83세일 때 예상 사망시점을 대략 '80~90세' 사이로 본다면, 기대수명이 93세일 때 예상 사망시점은 '85~100세 이상'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60세 부부가 은퇴 이후 20년을 준비할 때 월소비 243만원, 물가상승률 연 2%, 운용수익률 연 3%를 가정한다면 현재 필요자금은 약 5억 3000만원이다. 하지만 수명이 늘어나 10년을 더 살게 된다면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2억3000만원이 늘어난 7억6000만원이 필요하다.

보험연구원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이 급속도로 연장돼 노후에 필요한 자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노후자금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제공

◆ 은퇴자 10명중 1명만 노후 준비 되어있어

정나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수명이 늘어난 만큼, 나의 수명과 내가 가진 돈의 수명을 고려해 평생소득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퇴자 10명 중 1명만이 노후 준비가 되어 있다. 은퇴자 10명 중 6명이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재취업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재취업을 해도 70%가 2년을 못 채우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퇴직 후에도 온전히 개인이 삶을 책임져야 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 인구구조의 변화를 감안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퇴직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