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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장수기업 촉진 내세우면서도 상속세 완화는 '미지근'

우리나라는 장수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중고기업중앙회서 가진 명문장수기업 수여식에서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대를 이어 장기간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명문기업이 많이 탄생하고, 이들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명문장수기업 확인서 수여식에 대해 "우리사회에 모범이 되는 명문장수기업을 발굴·육성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문화를 확산하고 수출ㆍ인력ㆍ자금 등 우대지원을 통하여 고용창출을 선도하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성장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상속제 제도가 한국에 많지 않은 장수기업의 요인중 하나로 꼽는다.

상속제 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

◆ "손자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만으로 기업은 없어져 버릴 것"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들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2위이지만,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를 적용하면 최고세율 60%를 적용받아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4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가진 웹세미나에서 상속세와 관련 "상속 발생 시 대기업은 주인을 잃거나, 중소, 중견기업은 자산의 대부분을 잃게 되면서, 기업의 영속성이 사라지고 이로 인하여 일자리가 줄어들어, 국가의 경제 기반이 무너지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폐지를 주장한다.

황 교수는 "상속받은 회사 주식을 처분할 때 상속세금을 납부하도록 과세를 이연해주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고용유지,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 세수에 상속세는 1%가 되지 않아 그 영향은 미미하지만 상속세를 없앨 경우 국제경쟁력 제고, 고용 증대 그리고 법인세 수입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통해 "한국에는 장수 기업이 많지 않다. 시장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속세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흔한 말로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 줄 때 최대 주주는 상속세를 내고 그 아들이 손자에게 물려줄 때가 되면 상속세만으로 거의 기업은 없어져 버린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쓰리세븐(손톱깎이 생산업체, 당시 세계 1위)은 지난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고, 유니더스(콘돔 생산업체, 세계 1위)는 상속세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으며, 락앤락(밀폐용기 제조업체, 국내 1위)은 생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하여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과도한 상속세로 인하여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저탄소 발전전략(LEDS) 추진방향과 향후계획'을 주요내용으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홍남기 "상속세, 극단적인 부작용 있다면 점검 필요할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에 논란과 관련 "상속세제는 부의 집중 등을 완화하기 위해 지금처럼 형성돼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상속제 완화는 검토한 바 없으며 상속세가 극단적 부작용이 있다면 점검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홍 부총리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홍 부총리는 "투기 자본에 우리 기업이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된다. 그런 것은 국가 경제 측면에서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우리 상속세제는 부의 집중 등을 완화하기 위해 지금처럼 형성돼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