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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책, 공공임대 10만호 공급 유력…전세난 해결될까

당정이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등 공공임대 물량을 10만가구까지 조달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한다. 공공임대 공급으로 당면한 전세대란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일각에서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당정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19일 매입·전세임대 등 공공임대를 최대 10만가구까지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의 요지는 단기간에 물량을 확보해 공급할 수 있는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가용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제공하는 주택이다. 전세임대는 입주 희망자가 전세 물건을 구해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대신 전세계약을 맺고 재임대하는 형태다.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는 건설임대에 비해 짧은 시간 안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 수요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전세난 잡으려다 매매시장 자극 우려

이들 주택은 대부분 다가구와 다세대 주택 등 빌라다.

정부는 2018년 7월 '신혼부부 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매입·전세임대 유형 Ⅱ를 신설하면서 아파트도 공급 대상에 포함했다.

작년 매입·전세임대Ⅱ로 공급된 물량은 9천가구다. 정부는 매입·전세임대Ⅱ에 대한 주택도시기금 출융자 한도를 확대하면서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이들 매입·전세임대Ⅱ 공급 물량을 마냥 늘릴 수만은 없다. 수요가 높은 아파트를 공공임대로 확보하면 그만큼 매매시장에서 공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세대책을 강구하면서도 고심을 거듭하는 것은 이처럼 전세난을 잡다가 매매시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세대책은 아무래도 다가구 다세대 등 기존 유형Ⅰ 매입·전세임대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실수요자 선호도 의문

전월세 주택 수요자는 서울 등 수도권의 교통과 교육환경이 좋은 곳의 아파트를 선호한다.

정부가 다가구 다세대 물량을 아무리 많이 확보해 공급한다고 한들, 아이 딸린 3인 이상 가구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신혼부부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다가구·다세대를 활용한 임대 공급을 확충했지만 정작 공실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방치된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은 4천4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1천822가구 이후 3년 만에 2.2배 증가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천436가구로 전체의 35.5%를 차지했고 인천 296가구(7.3%), 대구 285가구(7.0%), 부산 266가구(6.6%) 등 순이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다세대 다가구 매입에도 시간이 걸리고 기본적으로 기본적인 주거상황이 열악해 개보수 공사도 해야 할 텐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수준이 될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결국 전세 수요에 대해 탄력적이지 않은 대책이 될 수밖에 없어서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LH 등이 확보할 수 있는 다가구 다세대 물량은 앞으로 등록 말소될 예정인 민간임대에서 주로 충원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대책을 통해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고 등록 기간이 지난 주택은 자동말소하도록 했다.

이들 폐지되는 유형의 민간임대 중 올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말소될 예정인 주택은 총 27만1천890채다.

정부는 등록임대 제도를 대폭 축소하면서 임대공급을 줄여놓고는 다시 이들 물량을 사들여 다시 임대로 내놓아야 하는 처지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이미 민간이 다가구 다세대를 임대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빼앗아서 임대하는 것은 의미 없다"며 "빈집을 활용해서 임대를 놓는다면 모르겠지만 서울엔 빈집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시 바로 물량확보 어려울 수 있어

더욱이 이들 주택에서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2년 더 거주할 수 있기에 바로 물량으로 확보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공공임대 물량을 앞당겨 확보하기 위해 건축 중인 주택을 확보하는 '매입약정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전세대책에서 제시되는 주택의 숫자를 더할 수는 있겠으나, 당장 집이 필요한 전월세 수요자를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이는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국토부는 이미 작년 9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매입임대 주택 입주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입약정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목 좋은 도심의 주택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입지가 좋은 곳의 주택을 임대로 돌리면 그만큼 매매 물량이 빠지는 것이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도심 오피스·호텔 등 확보 검토…2인 이상 다자녀 가구 거주 불가능

정부는 임대 물량을 확충하기 위해 도심의 오피스나 공장에 호텔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호텔 물량을 확보해도 효과는 제한적이다. 호텔을 매입해 공급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고 해도 대부분 좁은 1인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명숙 센터장은 "호텔의 경우 기본적으로 협소할 수밖에 없어 거의 1인가구 중심이고, 2인 이상의 자녀 있는 가구는 거주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인 가구 증가세에 맞춰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를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LH 등 공공기관이 적잖은 비용을 들여 도심의 호텔을 인수해 1인용 임대로 전환해야 하느냐를 두고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심 교수는 "호텔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잖이 손을 봐야 할 것이고, 전환될 수 있는 호텔이 있다고 해도 몇개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서울시는 이미 청년 역세권 임대주택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호텔도 개조해 임대로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올해 1월 238가구를 공급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공공이 아닌 민간업체가 매입해 수선을 거쳐 공급한 것이다.

대부분 1인실이고 2가구만 신혼부부용이다. 하수관을 활용해 조그만 부엌을 넣었고, 세탁은 공용세탁실을 통해 해결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