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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많이 쓸수록 보험료 더 낸다…‘4세대 실손’ 출시

내년 7월부터 실손보험에 가입한 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를 최대 4배 더 내야 한다. 비급여 진료 부분에 자기 부담금이 오르는 대신 보험료는 내려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4세대 실손보험' 개편 방향을 9일 발표했으며 내년 7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에 자기 부담률을 높이고 비급여 진료는 특약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에서 보험금을 많이 탈수록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것이 핵심 내용이며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높여, 과도한 비급여 치료를 줄이는 게 목표다.

보험료

▲바뀌는 실손보험…비급여 진료보험금 300만원 넘으면 보험료 4배↑

금융당국은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이 비급여 진료라고 보고,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한다.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고 보험금을 많이 받을수록 보험료를 올리는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험금을 과도하게 타내는 이들에게는 할증으로 보험료를 높이고, 다수의 일반 가입자들에게는 보험료를 일부 깎아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손보험

▲할인·할증 보험료 매년 초기화

보험료 갱신 전 12개월 동안의 비급여 지급보험금을 기준으로 다음 해 비급여 보험료가 결정된다. 보험금 지급 이력은 1년마다 초기화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입자를 5개 등급으로 나눠 1등급은 보험료 5% 할인, 2등급은 유지, 3등급은 100% 할증, 4등급은 200% 할증, 5등급은 300% 할증하는 방식이다.

1등급은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없는 경우, 2등급은 100만원(평균 지급보험금 약 30만원 대비 약 300%) 미만, 3등급은 150만원(〃500%) 미만, 4등급 300만원(〃1천%) 미만, 5등급 300만원(〃1천%) 이상인 경우다.

가입자의 비중은 1등급이 72.9%로, 3∼5등급(총 1.8%)에서 할증된 금액을 1등급의 할인 재원으로 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할증 등급이 적용되는 가입자는 전체의 1.8%인 반면, 대다수는 할인받고 25.3%는 현행 유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충분한 통계 확보를 위해 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암·심장질환자는 적용 제외…재가입주기는 5년으로 단축

다만 이 차등제는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암 질환, 심장질환자 등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보장내용을 바꿀 수 있는 재가입주기는 현행 15년에서 5년으로 줄인다. 의료 정책과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이에 따른 일부 가입자들의 혼란도 예상된다.

보험

▲비급여 자기 부담금 30%로 높이고…보험료 할인

병원 이용 후 가입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자기 부담금은 현재 급여 10∼20%, 비급여 20%에서 앞으로는 급여 20%, 비급여 30%로 높아진다.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은 주계약과 특약을 모두 가입할 경우 보장범위·한도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으나 자기부담금과 통원공제금액이 올라간다.

외래 1만∼2만원, 처방 8천원인 통원 공제금액은 앞으로 급여 1만원(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바뀐다.

이를 통해 보험료는 기존보다 대폭 낮아진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2017년 이후 판매된 3세대 신(新)실손보험에 비하면 약 10%, 2009년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 표준화 실손에 비하면 약 50%, 표준화 이전 1세대 실손에 비하면 약 70% 정도 보험료가 내려간다.

기존 상품의 높은 손해율을 고려하면, 이들과 보험료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전망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다. 비급여를 타깃으로 한 배경에 대해 그는 "비급여는 선택적 의료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의 의학적 필요성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에서 불거지는 실손보험의 근본적인 문제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권 국장은 이번 상품 개편과 동시에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는 비급여 의료관리 강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문제가 함께 해결되면 실손보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편된 상품은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7월 출시된다. 기존 가입자도 원하는 경우 새로운 상품으로 간편하게 전환하는 절차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