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2021년 경제정책] 소비·고용 활성화 주력

정부가 17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당면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민생과 직결되는 소비와 고용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해 한국판 뉴딜을 기초로 한 디지털·그린 경제 전환의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과 활력 복원',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두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회복·활력 복원 과제로 국가부채 증가를 감수한 대규모 '돈 풀기'를 통해 내수·투자·수출 대책, 고용 안정과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담았다.

내수 회복을 위해선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고효율 가전 구매금액 환급 등 '소비 3종' 정책이 대표적이다.

소상공인

▲1월 직접일자리 50만개 채용…공무원도 신속 채용

내년 3조2천억원을 들여 마련하는 취약층 직접일자리 104만개 중 50만개 이상은 내년 1월 중 채용한다.

국가직(일반직) 공무원도 3분기까지 70% 이상 채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에 채용 계획이 밀려 3분기까지 당초 채용계획 인원의 3%를 뽑는 데 그쳤다.

정부는 내년 30조5천억원이 배정된 일자리 예산 중 14조원을 조기집행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그 중 5조원은 1분기에 조기집행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15∼34세 이하) 미취업자로 고용하도록 한 청년고용의무제는 연장을 추진한다.

단지 '질 낮은' 노인 일자리를 늘려 고용 지표의 착시를 부른다는 비판도 있으나 코로나19라는 위기 국면인 데다 '일하는 복지'에도 부합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선도형 경제 전환 과제는 혁신·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친환경·저탄소 경제 전환, 코로나 시대 격차 해소와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에 집중해 설계했다.

과도한 시중 유동성, 자산시장 과열 등을 고려해 한시적 위기 대응 조치의 점진적 정상화 등 코로나 이후 '출구전략'을 조심스럽게 제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상반기에만 예산 63% 투입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의 63%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총지출 역시 올해 본예산 대비 8.9% 늘어난 558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정부는 또 산업은행·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 공급을 최대 495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18년(409조원)에 비해 86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한편 정부는 최대 4천400만 명분의 해외 백신을 선구매해 내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백신을 도입할 방침이다.

신용카드

▲카드사용 올해보다 늘면 소득공제 최대 100만원

 내년에 신용카드를 올해보다 일정 수준 더 사용하면 소득공제를 100만원 더 받는다.

정부는 당장 구체적인 기준을 확정하지 않았다. 올해 신용카드 사용액 규모가 확정되고 나서 내년 1월에 기준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한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15~40%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는 15%, 현금영수증·직불카드는 30%,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분에는 40% 공제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총급여 기준으로 공제한도를 둔다. 7천만원 이하인 사람에게는 300만원까지, 7천만원~1억2천만원인 사람은 250만원까지, 1억2천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에겐 200만원까지다.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개념은 내년에 일정비율(예시: 5%)을 초과해 늘어난 소비에 대해 공제율 10%를 얹어주는 방식이다. 공제율이 15~40%에서 25~50%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제한도도 기존 200만~300만원에서 300만~400만원까지 커진다.

소비

▲승용차 개소세 내년 6월까지 30% 인하

올해 말 끝날 예정이던 승용차 개소세 인하가 더 연장된다. 승용차 구매 때 적용되는 개소세율은 3.5%로 한도는 100만원이다.

고효율 가전 구매금액 환급제도는 내년 3~12월 시행된다. 다만 이번에는 전 국민 대상이 아니라 한전이 지정한 전기요금 복지할인 대상자에 국한된다. 20%를 환급해준다.

개소세

▲지역사랑·온누리상품권 확대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도 확대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올해 9조원에서 내년 15조원으로,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2조5천억원에서 내년 3조원으로 각각 늘린다. 두 상품권의 발행규모가 11조5천억원에서 18조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농산물, 문화, 외식, 숙박 등 4+4바우처·쿠폰은 온라인 사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외식쿠폰은 포장·배달 방식으로, 문화이용권은 온라인 공연으로, 스포츠이용권·체육쿠폰은 온라인 PT로 소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전문가 "소비대책 등 실효성 부족"

소비, 고용, 투자, 수출과 '포스트 코로나' 등 분야를 망라한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반적으로 현재 경제 여건 분석과 전망이 합리적이고 중요한 내용은 거의 반영됐다"고 말했고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소비와 고용에 방점을 두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와 향후 거리두기 단계 상향 등의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성 교수는 "현재 확산세가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추가적인 경제 충격이 올 가능성에 대비하는 대목이 없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조급하게 산업과 소비를 살리려고 하다 보면 방역과 상충해 오히려 나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어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부 대책 내용의 실효성이 떨어져 위기 극복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는 투입하는 재정에 비해 실제 민간소비 촉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 개소세 인하도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소비 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의 재정 여력을 영세자영업 대상 소비 진작에 투입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영세자영업자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마련한 소비 정책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