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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매각 이유는?…SK·신세계에 쏠리는 관심들 (종합)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를 인수하기로 함에 따라, SK그룹 측의 매각 이유에 관계자들 및 유통·증권업계 등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통해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하고 26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가격은 주식 1000억원과 야구연습장 등 토지·건물 352억8000만원 등 총 1352억8000만원이다. 인수 후에도 야구단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하며, 코치진을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는 전원 고용 승계한다.

이마트, SK 와이번스

◆ '야구단 왜 파느냐'

그간 야구단 인수에 종종 관심을 보여 온 이마트의 등장은 그다지 큰 뉴스가 아니다. 오히려 모기업의 재정이 튼실한데도 야구단 정리에 나선 SK의 의도가 무엇이냐가 더 큰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SK 와이번스 구단의 지분을 100% 소유한 SK텔레콤은 매각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야구단을 운영해 SK그룹 이미지와 홍보 효과를 제고하는 데 실익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짐작 정도만 나돌고 있다.

그간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스포츠를 통한 수익의 사회 환원, 그룹 홍보, 추진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이유로 야구단을 운영해왔다.

다만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야구단이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가 40년째 이어졌고, 해마다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야구단 운영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야구단 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야구단 운영비를 못 댈 정도라면 기업 경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장의 매서운 시선을 간과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연고지 팬들과의 약속, 의리 등으로 야구단을 '손절'하기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SK그룹의 야구단 매각은 재정난, 운영난 등 돈의 문제와 무관하게 그룹의 방향성에 어긋나거나 사업 추진 실효성이 떨어지면 언제든 야구단을 접을 수 있다는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야구단 운영에서 발을 빼려는 기업에는 이번 사례가 명분이 될 수 있다.

◆ '유통+스포츠' 시너지 나올까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 결정에는 유통가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을 잇달아 정리하던 신세계그룹이 일견 유통업과 관련성이 적어 보이는 프로야구단 인수를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SK와이번스는 지난해 8억6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야구단 운영은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 창출에 야구단이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통과 프로스포츠를 연계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프로야구 관중의 주축이 20~30대 연령층이며 여성 관중 또한 증가하고 있다"면서 "향후 소비를 주도할 세대를 마케팅 측면에서 타깃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6년 8월 스타필드 하남 개점을 앞두고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다"며 체험형 유통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바꿔 이곳에서 그룹의 여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따라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 시설을 리모델링해 야구장을 찾은 관객들이 신세계그룹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야구장을 활용한 직간접적인 홍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문학경기장에 바비큐를 즐기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인 이마트 바비큐 존을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관람객이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그룹 유통망을 통해 야구를 즐기도록 구단 유니폼 등 굿즈를 판매하거나 다양한 행사를 여는 방안도 있다.

유통업계 맞수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야구 마케팅 대결도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를 운영하고 있다.

◆ 이마트·신세계 주가는 동반 약세

한편, 이날 신세계그룹의 SK와이번스 인수 추진 소식에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500원(4.36%) 내린 17만5500원을 기록했다. 신세계 주가 역시 6500원(2.55%) 내린 24만8500원이었다.

이와 관련,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구단 보유 그룹이나 메인 스폰서 지원이 대부분 수익 구조를 차지하는 야구단 특성에 따른 손익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SK와이번스 인수 시 이마트 연결 실적에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현금 유출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다음 달 23일 인수 본 계약을 체결한 뒤 최대한 빨리 새 구단 출범을 위한 실무 협의를 끝내고 3월 새 구단을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룹 측은 창단 준비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했으며, 구단 이름과 엠블럼, 캐릭터 등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