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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부동산 정책, 규제 중심에서 시장 정상화로"

규제 중심에서 시장 정상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주택공급 활성화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자료집' 보고서에서 "규제 중심 정책이 매매·임대료 동반 상승과 풍선효과, 가수요 촉발, 수급 불일치 심화, 자산 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 세제, 공급 규제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이 매년 한 차례 이상 발표되었으나, 최근 들어 대책의 단기 가격 안정 효과는 미약해지고 대책 주기는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4년여간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전국 22.1%, 수도권 39.9%, 서울 68.3% 상승하였고, 2019년 하반기부터는 안정세를 보이던 전·월세 가격마저 상승세다.

서울아파트전셋값 그래프

건산연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임대차2법 시행, 전방위적 실거주 요건 강화로 임대 매물이 감소하고 신규 임대차 계약의 임대료는 급등하는 구조를 형성하여 당분간 임대료의 불안 문제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국지적인 규제 확대는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풍선효과'를 촉발했다. 아울러 아파트에 대한 규제 강화가 연립·다세대 주택값까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 등 다른 주택형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게다가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 정책이 '로또 분양'을 양산하면서 가수요를 촉발하고, 다수의 규제 정책이 수요자의 불안감을 키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미래 수요를 현재로 당겨오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로 도심 내 분양 아파트 공급 여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공간·상품의 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었고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도 공급 물량이 오히려 감소하거나, 시차가 확대되는 등 규제로 공급시장의 비탄력성이 강화되었다.

서울과 경기·인천의 가격 격차 확대가 지속되면서 지역 간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높고 6억 미만은 상승률이 낮아 매매가액 및 규모별 가격 격차가 확대되었다. 더욱이, 금융규제 강화로 자산을 형성하지 못한 계층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계층 간, 세대 간 격차도 확대되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이러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 운용은 초저금리라는 환경하에서 주택시장의 메커니즘의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며 “특히, 가계의 거주주택 및 부동산 자산 수요, 우리나라의 특수한 매매와 임대차시장 구조, 공간과 상품 수요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건산연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저금리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리 정부는 이에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풍선효과와 가수요를 촉발하면서 시장 왜곡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은 "국내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6.4%로 절대적이고 대안적 투자처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상품으로 이전은 쉽지 않다며 "세제 등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저가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고, 오히려 절세 방안을 모색하거나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세는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의 연결성이 직접적이며 변동성도 크다. 주택 보유주의 세제와 금융 측면의 비용을 증가시켜 저가 매도나 구매 포기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매매가격과 임대료에 비용이 반영되었다. 또한, 다주택자를 투기수요로 규정하여 주요한 민간 임대주택 공급 경로를 차단하였고 임대주택 공급 감소 및 비용 전가로 이어졌다.

주택가격 상승의 진원지는 도심의 중산층 분양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외곽지역 공급이나 임대주택 공급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며 공간과 상품에 대한 수급 불일치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공급 정책은 시차와 노후화를 고려하여 장기 안정성에 기반하여 제도를 운영해야 하나, 재개발·재건축발 집값 안정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여 장기적 공급 안정성을 해치고 오히려 도심 주택의 희소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은 단기 대책이 아니라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장기 정책 중심으로 선회해야 정책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주택시장 정상화 정책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최근 들어 대책의 주기는 짧아지고 가격 안정 효과도 확인되지 않는다. 단기 대책의 효과성 의문은 크며 과도하고 잦은 정책 변화가 오히려 정책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앞두고 정책 방향 변화 기대도 커지고 있으며 정부의 집값 안정 약속을 믿고 주택을 매도한 국민의 정책 신뢰는 극히 낮은 상황"이라며 "부동산시장은 개인이나 공급자, 사업자 모두 장기 보유 가정하에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단적 투기꾼을 잡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주류 시장을 위한 장기 정책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산연은 "저금리하의 전역적 상황임에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국지적 규제는 풍선효과만 발생시킴에 따라 현시점에서는 폐지해야 한다"며 "매매시장 정상화와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여 다주택자에 대한 매도 경로를 확보해주고 가격 상승을 방어해야 할 것이다"라고 의견을 냈다.

건산연은 "가격 규제 정책의 효과는 미미하고 사회적 손실은 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개발 이익 환수 우려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대한 법인세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허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동산시장도 격차 확대 등 다양한 영향을 받고 있다. 장기적 관점의 주택정책과 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며 “임대차시장 안정은 주택시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아니라 임대시장에서의 역할에 대한 계량적 평가를 통해 제도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