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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임대차로 증여세 줄여도…국세청은 사후관리로 다 본다

지난해 주택 증여 가운데 상당수는 부채나 임대보증금이 딸린 채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 형태다.

부담부 증여를 하면 증여를 받은 사람이 부채나 보증금 상환 의무를 안게 되므로 주택 시가에서 부채·보증금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물면 된다.

부담부 증여를 한 사람은 빚을 떠넘겨 이익을 얻은 것이므로 그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작년에 6월 말까지 한시로 적용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 조처 덕에 양도세 부담까지도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부담부 증여로 세 부담을 줄이고 몇년 지나 부모가 대신 빚을 상환하거나 부모·자녀 간 허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국세청의 시선을 피할수 없다.

상속·증여세 전문인 고경희 세무사(광교세무법인)는 "연초 강남 다주택자의 최대 관심사가 증여"라며 "거액의 양도세를 내고 파느니 자식에게 증여하겠다는 다주택자 부모가 많다"고 6일 전했다.

고 세무사는 "국세청이 부담부 증여 전수 관리를 하기 때문에 탈루는 다 드러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세금을 제대로 낸다면 부채나 임대차 계약을 낀 증여를 해서 실익이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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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의 박준오 센터장(세무사)은 "부채나 임대차계약을 활용해 증여세를 줄이려고 해봐야 부채 사후관리에서 100% 드러난다"며 "부담부 증여를 했다면 증여받은 사람이 상환해야 하고 자력 상환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자가 결국 덜 낸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세청이 부담부 증여를 부채 사후관리시스템으로 전수 감시하기 때문이다.

주택 부담부 증여 신고를 접수한 세무서 직원은 증여 주택에 딸린 부채와 임대차 계약의 상세 내용을 전부 부채 사후관리시스템에 입력한다.

부채나 임대차 계약의 만기가 도래하면 이 시스템을 통해 세무당국이 인지하게 되고 증여세 납세자에게 부채나 임대보증금을 상환했는지, 상환 자금의 출처는 무엇인지 소명을 요구한다. 증여를 받은 사람, 즉 수증자가 상환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덜 낸 증여세를 추징당하고 가산세도 물어야 한다.

만기가 매우 긴 담보대출을 조기 상환한다고 해도 국세청의 눈을 피하기는 힘들다. 근저당 설정 자료가 대법원으로부터 국세청에 통보되기 때문이다. 부채 사후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주택의 근저당이 해제되면 국세청은 수증자에게 부채 상환 자금 출처를 소명하라고 요구한다.

부채의 만기가 길다면 수증자가 이자 상환을 자력으로 하고 있는지도 중도에 점검하기도 한다.

한편 주택 증여는 작년 8월 증여 취득세가 12%로 대폭 오른 후 주춤했지만 11월부터 다시 월 약 1만건 수준으로 증가했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자 취득세와 증여세를 물고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올해 증여를 하려면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이 되기 전에 마쳐야 다주택자에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