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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 전 세입자 말 바꾸면 집주인 입주 못해…법원 첫 판결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주택의 소유권이전등기 전에 기존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매수자가 실거주를 원하더라도 집에 들어가 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7월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 처음 나온 판결이다. 앞으로 전세 낀 매물을 매수할 경우 매수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부동산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민사2단독 유현정 판사는 지난 11일 임대인 김모씨 등이 임차인 박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작년 8월 실거주 목적으로 경기 용인 수지구의 한 주택을 샀는데 당시 이 집의 세입자 박씨는 기존 집주인 최모씨와 2019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세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김씨가 매매계약할 당시 최씨는 박씨에게 집을 팔겠다면서 전세 계약 연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박씨도 새집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매수자 김씨는 이에 실거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박씨가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고 통보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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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우선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법원은 김씨가 매매계약 체결 뒤 3개월이 지나서야 잔금을 치르고 같은해 11월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기 때문에 박씨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정법의 도입 취지, 계약갱신요구권의 법적 성질, 실제 거주 사유라는 거절 사유의 특성 등을 볼 때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 가능 여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려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이전, 전세계약 만료 최소 6개월 전에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료 증액 및 계약갱신 관련 조정은 총 155건으로, 전년(48건)과 비교해 3배 넘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