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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법정관리 돌입, 이번엔 회생계획 인가전 M&A 목표

생사기로에 놓인 쌍용자동차가 15일 서울회생법원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며 맞은 유동성 위기에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법원은 이날 제3자 관리인으로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를, 조사위원으로는 한영회계법인을 각각 선임했다.

법원은 쌍용차가 기업 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따라 그동안 2차례에 걸쳐 회생 개시 결정을 미뤄왔으나 유력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이 지연되자 이달 1일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쌍용차는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쌍용차 기업회생 신청 주요 일지 쌍용자동차 회생 법정관리 2021.04.15

◆ 쌍용차, 회생계획 인가전 M&A 목표

쌍용차 측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법원과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M&A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비록 P플랜(단기법정관리)에서 '인가 전 M&A' 방식으로 전환됐지만, 추진 시기만 달라질 뿐 회생절차 개시를 전제로 M&A를 추진해 회생절차의 조기 종결을 도모한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쌍용차 인수 의향을 드러낸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로 알려진 박석전앤컴퍼니 등 6∼7곳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인가 전 M&A 방식을 통해 다수 인수후보자간 경쟁을 유도, 기존에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 결정을 지연했던 것과 달리 보다 신속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상하이차에 이어 마힌드라도 쌍용차 경영실패

쌍용차의 회생절차는 12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쌍용차는 2009년 유가 급등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난에,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며 맞은 유동성 위기에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모두 외부 위기에서 대주주의 경영 능력을 발휘하기보다 쌍용차를 처분하려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주주의 경영 실패가 경영난을 불러왔다는 점도 비슷하다.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 1조 2천억원을 쌍용차에 투자해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포하고 차량 30만대 생산을 약속했다. 하지만, 4년간 투자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연간 차량생산은 15만대에서 9만대로 뒷걸음질 쳤다.

일각에서는 상하이차가 처음부터 기술만 빼 가고 철수하려는 먹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상 신차 개발비가 3천억원임을 고려하면 상하이차가 1조2천억원 가치가 있는 신차 4대의 기술을 빼돌렸다는 주장이다.

마힌드라 역시 인수 당시 약속했던 신규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하이차 철수 당시 제기됐던 먹튀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마힌드라는 2016년 티볼리 플랫폼으로 만든 XUV300을 인도 시장에 출시하며 2019년 4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실적을 냈음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런 대책 없는 대주주의 무책임한 경영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마힌드라가 뭔가 가져가는게 있으니 그냥 있는 것이지,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쌍용자동차 제공

◆ 다시 혹독한 시련 겪어야 하는 쌍용차

법원은 관리인과 조사위원을 선임해 쌍용차의 채무 등 재산 상황과 회생 가능성을 판단한 뒤 회생절차 지속 또는 청산절차에 돌입한다.

조사위원이 청산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해 청산 보고를 할 수도 있으나, 청산시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 명이 넘는 실직자가 발생하고, 700∼8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가 줄도산할 것으로 우려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회사를 살리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대규모 정리 해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노조가 인적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정용원 관리인이 친노조 성향을 갖고 있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채권단의 지원 여부는 불투명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장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전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M&A를 반영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단계에서 산은에 지원하라고 할 수 없다"며 "과거에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선협상 대상자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이 전제되지 않은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어 결국 산은의 대출 지원을 담보로 한 회생계획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산은도 "채권단은 쌍용차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시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후속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회생절차 진행 중 인수·합병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또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쌍용차는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원 관리인은 "채권자의 권리보호와 회사의 회생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조업이 관건인 만큼 협력사들과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생산을 재개하고 차질 없는 애프터서비스(AS)를 통해 회생절차개시 결정에 따른 고객불안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