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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지배구조 개편, SK이어 현대차·한화 개편 시동

SK그룹이 SK텔레콤을 중간 지주사로 전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 총액이 7조5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후 기업 가치는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조2천억원의 실탄을 쥘 수 있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나서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 정의선 정몽구 회장 지분 지배구조
한국기업평가 제공

현재 현대차그룹은 ▲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 ▲ 기아(17.3%)→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 ▲ 현대차(4.9%)→현대글로비스(0.7%)→현대모비스(21.4%)→현대차 ▲ 현대차(6.9%)→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을 합해 29.99%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2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정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려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가 필수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지분도 2.62%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입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현대모비스나 현대차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영향력을 늘리거나 정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되면 정 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가치가 극대화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IPO 후 보유 지분 매각 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 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 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후 존속 현대모비스가 합병 글로비스에 대해 공개 매수에 나서고 대주주가 이에 참여하는 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주주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한화그룹 지배구조, 에이치솔루션 향후 역할에 관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한 한화그룹은 향후 세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동관 50%, 동원·동선 각 25%)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지주사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 실질적 지주사격인 ㈜한화의 최대 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반면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4.44%, 2·3남인 동원·동선씨는 각각 1.67%로 지배력이 약하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합병하거나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올해 4월 한화종합화학의 상장(IPO)도 경영권 승계의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며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은 캐시카우 확보와 더불어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한화에너지-에이치솔루션은 물론 한화솔루션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재계에는 다만 김승연 회장이 아직 건재하고 3남은 30대 초반으로 어린 나이인 만큼 당분간 경영수업을 통해 세 아들의 능력을 검증해가면서 서서히 승계작업을 마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화그룹 주요 지배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