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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베이코리아 놓쳐도 솟아날 길 있을까

롯데가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는 전날인 24일 이베이코리아 지분 80.1%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3%에 불과한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과 점유율 12%의 이베이코리아를 거느리게 됨으로써 쿠팡(점유율 13%)을 넘어서게 됐다.

롯데와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는 오프라인과 달리 열세를 보이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보여준다.

오프라인 쇼핑의 강자인 두 곳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활동이 위축되자 타격을 입었다.

이커머스 시장 매물인 이베이코리아가 양사에게는 중요한 이유다. G마켓과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물품을 판매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 기준으로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85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이베이 본사가 올해 2월 발표한 실적 자료를 토대로 역산해 추정한 수치로, 이베이코리아는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베이

이베이코리아로 날개를 달은 신세계와 달리 롯데에게는 길이 있을까.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준비한 자금을 이커머스 사업에 쏟으면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롯데온 설립에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소요됐던 것을 고려하면 쉬운 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중고나라를 인수한 것처럼 역량 있는 이커머스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이커머스 역량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온 롯데쇼핑
롯데쇼핑 제공

유통업계는 롯데가 인수합병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을 롯데온과 접목해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본다.

롯데온 내 주요 카테고리를 업계 내 전문 온라인 쇼핑몰 수준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롯데가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신선식품과 명품, 패션·뷰티, 가전 등이 전문몰 육성 대상으로 꼽힌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도가 무산된 직후인 지난 18일 사내망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의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여러개의 카테고리 전문몰을 구축해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복합 쇼핑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나 롯데쇼핑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롯데의 확실한 강점"이라며 "이제 롯데온의 시스템이 충분히 안정돼 본격적으로 오프라인과의 시너지 창출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롯데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강 부회장은 "이커머스 사업 규모 확대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시너지 및 가치평가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M&A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