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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내지 못한 오리온 생수 신사업

​보통 신사업은 당차게 시작된다. 많은 투자금이 집행되고 내외부에서도 관심을 받는다.

오리온이 생수 사업의 첫걸음을 뗀건 2016년이었다. 오리온은 제주 토착 기업인 제주용암수를 21억원을 주고 해당 해에 사들였다. 이후 생수 공장 설비에 인수 금액과는 비교도 안 되는 12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2019년 11월 출시했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오리온 직원들은 출시 행사에서 당찬 포부를 보였다.

제주용암수는 일반이 아닌 프리미엄을 지향했다. 오리온은 경쟁 기업으로 연 매출 2조를 내고 있는 '에비앙'을 언급했다. 에비앙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먹는 샘물을 상품화한 기업이다. 고급 먹는 샘물시장에서 부동의 1등을 고수해오고 있다. 프랑스 레만 호수 남동쪽의 에비앙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광천수다.

오리온은 주 무대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이라고 했으나, 국내 영업망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삼다수', 롯데칠성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 빅3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생수 시장 진입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제주용암수가 지향하고 있는 제품 수준면과 관련해서는 명확하나, 문제는 국내 생수 시장 공략이 막혔다는 점이다. 사업 성공과 관련해 국내에서 발판을 잘 다진 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기본 순서다. 이에 대해 허 부회장은 출시 행사에서, 국내에서 판매권 갈등을 겪을 당시에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오리온은 생수 사업과 관련 시작부터 부침을 겪었다. 2019년 11월 출시 행사장에서 부터 국내 판매권과 관련 오리온과 제주특별자치도간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 논쟁이 있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오리온과의 대화에서 국내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고 모두 국외에 판매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고 행사장에서 허 부회장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리온은 국내 판매를 추진했다. 구두 약속이었지만 그러나 이는 양측의 대화 내용과는 달랐다. 국내 판매 문제와 관련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 제주용암수의 물량은 하루 200톤 수준으로 제한 돼 있는 상태다. 해외의 경우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생수 시장 공략에 힘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먹는샘물이 아닌 혼합음료인 제주용암수는 지난 3월 제품명을 '닥터유 제주용암수'로 변경했다. 오리온에는 '닥터유(Dr.You)' 브랜드가 있다. 건강·웰빙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장 안착을 했고 상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주치의였던 유태우 박사(당시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와 서울대 국민건강팀, 오리온의 태스크포스(TF)팀이 공동 개발했다.

제주용암수 제품명 변화 이후 라벨에 이전에 없던 'Dr.You'가 찍혀 나오고 있다. '닥터유 에너지바'가 이전부터 있었고 2020년 10월에는 음료군으로 '닥터유 드링크 비타민'은 내놨는데, '닥터유 제주용암수' 까지 해당 브랜드로 편입을 시킨 것이다.

안타까운건, 제과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오리온이 야심차게 생수 신사업을 시작했으나, 이것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업에 시행착오라는 것은 있을 수 밖에 없으나, 힘있게 시작한 생수 사업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는 업계와 오리온이라는 제조사 자체 내에서도 기록으로 남는다. 잘 되는 것을 경험해야 또 다른 신사업에 힘있게 임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유통 업계에서는 안타까움으로 오리온 생수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 생수 사업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 전개는 오리온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던 국내 사업과 관련해 물량 제한이 걸리며 힘을 빼놨다"며 "현재 '닥터유 제주용암수'가 국내 생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후발 브랜드가 시장 뚫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기록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생수 시장은 삼다수·아이시스·백산수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3구도로 이뤄져 있다. 이외 PB 브랜드 등이 300여개에 이르는데 이들이 나머지 수치를 나눠먹기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