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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수출 호조에도 다수 수출 기업은 오히려 삼중고"

수출기업 300개사 조사...'경쟁 격화·마진감소·점유율 하락'

최근 한국의 수출 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수출 기업들은 경쟁 격화, 마진 감소, 시장 점유율 하락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경쟁상황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해외와 경쟁이 격화하는 추세라고 응답한 기업은 79.3%에 달했다. 글로벌 경쟁 격화 요인으로는 경쟁 기업 증가, 시장 성장세 둔화, 기술 혁신 가속화 등이 꼽혔다.

세계 시장에서 주로 경쟁하는 기업이 속한 국가로는 중국(42.3%), 미국(26.0%), 일본(20.3%), 유럽(18.3%) 순이었고 베트남(9.7%)을 지목한 기업도 일부 있었다. 국내 기업을 경쟁사로 보는 의견도 35.0%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수출 호조에도 이처럼 글로벌 경쟁 격화의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포스트 코로나로 본격화하는 국제 경쟁에 대한 경계심과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반도체,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주요국의 신산업 선점 경쟁, ESG 경영과 양적완화 축소·탄소세 부과 등 미래 불확실성 누적 등이 작용하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경쟁이 격화되고 가격 인상은 어려워지면서 마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응답 기업 중 최근 '마진율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은 64.0%였다.

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시장점유율 하락'을 호소하는 기업도 48.3%였다.

실제로 원가 상승을 수출 가격에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고 대한상의는 전했다. 최근 국제유가·원자재가격 상승이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76.3%는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원가 상승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는 정도는 전부 반영하는 기업은 9.2%에 그쳤고, 부분 반영하는 기업이 68.5%,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도 12.2%로 조사됐다.

수출 기업들은 또한 가치 소비 확대, 비대면·온라인화 등 소비자·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 압박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른 영향을 묻는 질문에 소비재 수출 기업의 47.8%가 신제품 출시를 자주 하고 출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혁신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노력은 아직 미흡했다. 스마트 공장·로봇 활용 중이거나 활용 계획이 있다는 비율은 36.3%에 불과했고, 다른 디지털 기술 분야는 이보다 더 못 미쳤다. 디지털 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요인은 인력·기술력 부족, 투자 비용 등이 지적됐다.

수출기업들은 아울러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 확보를 위한 과제로 기업·부문 간 협업 네트워크 구축, 우수 인재 양성, 통신·에너지를 비롯한 신산업 인프라 확충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코로나 기저효과와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끄는 수출실적 호조세에 가려진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며 "미래 연구 개발과 대규모 투자 자금 유치가 가능하도록 펀딩 관련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