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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국내 철강업계 얼마나 내야 할까

탄소가격 따라 연간 1천600억∼4천억원 추정…일부 감면될 듯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철강업계에 어느 정도 비용이 부과될지 관심이다.

제도가 5년 뒤에야 본격 도입되므로 아직 정확한 비용 산정이 불가능해 기관별 예측치는 천차만별이다. 다만 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은 확실한 만큼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공통으로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다.

탄소를 직접 배출하며 생산한 제품을 EU 지역으로 수입할 경우, EU 역내에서 생산했을 때 내야 하는 것과 동일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취지다.

▲ 철강 ▲ 시멘트 ▲ 비료 ▲ 알루미늄 ▲ 전기 등 5개 분야에 적용되며, 2023년부터 3년간 전환 기간을 거친 후 2026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전환 기간에는 배출량 등 보고 의무만 부여하고 실제 비용 징수는 하지 않는다.

유럽연합(EU) 탄소국경세 부과

본격적인 제도 시행 후 기업들의 부담 규모를 추산하려면 먼저 비용 부과 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탄소국경세 징수 대상은 EU 내 수입업자다. CBAM 적용 품목 수입업자는 사전에 연간 수입량에 해당하는 양의 'CBAM 인증서(certificate)'를 구매해야 한다.

인증서 1개는 탄소 1t에 해당하며, 품목별 탄소량은 생산 과정에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으로 계산한다. 당초 초안에는 간접 배출량도 포함했으나 확정안에서는 빠졌다.

예컨대 한국산 철강 1t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2t일 경우, 이를 수입하는 EU 내 수입업자는 철강 1t당 인증서 2개가 필요하다.

수입업자가 1년 동안 철강 100t을 수입한다면 인증서 200개를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일 한국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 등으로 이 중 150t에 대해 탄소세를 이미 징수했다면, EU 수입업자가 이를 입증한 뒤 해당 금액만큼 감면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50t만큼의 인증서만 구매하면 된다.

EU ETS에서 무상할당을 받는 업종의 수입업자는 제품 생산 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서 무상할당량만큼을 제외한 CBAM 인증서를 구매하면 된다.

대표 품목인 철강, 알루미늄은 현재 EU 내에서 100% 무상할당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EU는 2026년 제도 시행과 함께 매년 10%p(포인트)씩 10년에 걸쳐 무상할당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CBAM 인증서 가격은 ETS와 연동돼 매주 EU의 배출권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현재 ETS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은 t당 52유로(약 7만원)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온다.

기관별 분석을 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탄소국경세가 ▲ 직간접 배출량을 모두 포함하고 ▲ 탄소 가격이 t당 30유로(약 4만원)로 설정되며 ▲ 수출품의 탄소 함유량이 376만t일 경우를 가정했다.

그 결과 철강을 가공한 금속제품은 연간 1억3천500만달러(약 1천539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율로 따지면 2.7%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세 추정치를 적용하면, 1차 철강제품(철강 및 합금철)의 수출은 2014년 대비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EY한영회계법인은 탄소국경세를 t당 30.6달러(약 3만5천원) 부과할 경우와 t당 75달러(약 8만5천원) 부과할 경우를 나눠서 계산했다. 대EU 수출 물량과 탄소 배출량은 2019년을 기준으로 했다.

국내 업종별 2023년/2030년 탄소국경세 전망
EY한영회계법인 제공

먼저 t당 30.6달러가 부과되면 철강업종은 연간 약 1억4천190만달러(약 1천6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KIEP 추정치와 유사하다.

우리나라 철강의 2019년 총 EU 수출액은 약 3조3천억원으로, 수출액의 약 5%만큼을 탄소국경세로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t당 75달러를 적용하면 철강업종이 내야 하는 탄소국경세는 연간 약 3억4천770만달러(약 3천970억원)로 늘어난다. 이는 수출액의 12.3%에 해당한다.

좀 더 강화된 시나리오로 t당 100달러(약 11만원)이 부과된다면 추가 비용은 연간 4억6천360만달러(약 5천294억원)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 탄소세를 t당 75달러까지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도 현재 EU 배출권 가격이 60달러를 넘긴 것을 고려하면 CBAM이 적용되는 2026년 75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두 기관의 분석에는 몇 가지 고려요인이 빠졌다.

우선 한국 정부가 이미 징수한 탄소세만큼을 제외해주기로 한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간접적인 탄소 배출량이 빠지고 직접 배출량만 해당하는 점, EU의 무상할당 제도로 인한 감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감면 조건들을 반영하면 탄소국경세 예상 규모가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EU 역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과 무상할당 물량, 탄소가격 추이, 한국에서 내는 탄소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비용 추산이 가능하다"면서 "EU 측과 양자 협의를 지속해 추가적인 정보를 확보하고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