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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풍년에도 조선 2분기 실적 '먹구름'…후판가 상승 등이 발목

한국조선해양 등 '빅3' 대규모 적자 불가피

올해 '빅3'를 포함한 조선업체들이 수주 풍년을 맞았지만, 비용 상승 등으로 2분기 실적은 '어닝쇼크'(실적충격)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21일 컨퍼런스콜을 열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다른 빅3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내달 발표가 예정됐다.

지난해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었던 빅3는 올해 경기회복과 '슈퍼 사이클' 진입 등에 힘입어 수주 랠리를 펼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6개월여 만에 올해 수주 목표 102%를 채우며 조기 달성에 성공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달성률도 71~80%에 달한다.

조선소 배 수주 중공업 조선 선박

하지만 2019~2020년 수주 불황 여파와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로 2분기 실적 전망은 매우 암울한 상황이다.

조선업체들은 주로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 방식으로 장기 건조계약을 맺어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1~2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올해 실적은 현재보단 1~2년 전 수주성적이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 선박 건조 비용의 20%에 달하는 후판가가 예상치 못하게 크게 상승하면서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다.

포스코가 하반기 후판 공급가를 t당 115만 원으로 제시하는 등 철강업체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작년의 2배에 가까운 가격을 내세우며 조선업체들과 협상 중이다.

이에 증권가에서 후판 가격 인상 시 빅3에 미치는 영향이 1조6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후판 가격 인상으로 예정원가 변화가 예상되면 수주잔고 점검 후 예상 손실에 대해 충당금을 설정하는데 이 충당금의 2분기 실적 반영이 불가피해 빅3의 '어닝쇼크'는 업계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한국조선해양이 2분기 5천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이유로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KB증권 정동익 연구원은 "후판 등 원자재가격 급등 영향으로 조선사 2분기 실적이 시장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것이고, 한국조선해양도 이 여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들어 선가가 상승세고, 슈퍼 사이클 진입에 따라 수주량도 계속 늘 것으로 보여 전망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조선업체들은 하반기에는 후판 비중이 낮은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셔틀탱커,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수주에 주력할 예정이다.

대신증권 이동헌 연구원은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조선업체들의 협상력 증대, 환경규제로 인한 한국 점유율 확대 등 선가 인상 요인이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