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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부족에 재건축·학군 수요 급증…가을 전세 대란 오나

지난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새 아파트 입주 물량마저 감소할 예정이어서 전세 안정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로 촉발된 강남발 전세난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서울 전체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게다가 방학 이사철 학군 수요까지 겹치며 전세난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재건축 이주·학군 수요로 들썩이는 서울 전세

16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두 달 동안 0.09∼0.17% 수준으로 오르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한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급등해 올해 초까지 0.10%대 상승률을 이어가며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이달 첫째 주에는 0.17%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 경신은 물론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작년 8월 첫째 주(0.1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주는 0.16%로 전주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서울 전셋값 상승은 서초구와 양천구 등이 견인하고 있다.

서초구 등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양천구 등은 학군 수요가 각각 전세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서초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주간 누적 기준으로 최근 두 달간(8주) 2.17% 올라 서울 평균(1.08%)의 2배를 웃돌았다.

이어 동작구가 1.58%로 그다음을 차지했고, 송파구(1.45%)와 양천구(1.43%), 노원구(1.31%), 강동구(1.18%) 등의 순이었다.

서초구 전셋값은 2·4 대책 직전까지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꺾이지 않다가 2·4 대책 직후 0.11%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4월 0.00%까지 상승 폭을 줄였다.

그러다가 5월 1∼3주 0.01∼0.07% 사이에서 꿈틀대기 시작해 5월 3∼4주 0.16%, 0.26%로 튀어 올랐고, 6월 1∼4주에는 0.39%, 0.56%, 0.36%, 0.34%로 급등해 6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이후 최근까지도 0.19∼0.30% 수준으로 오르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양천구는 4∼5월 전셋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6월 3∼4주 0.02%, 0.03%로 반등했다. 이어 7월 1주 0.07%에서 2주 0.25%로 급등했고, 7월 3주∼8월 2주 0.24%, 0.29%, 0.28%, 0.24% 등으로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반포·노량진 등 재건축 이주 여파…"전세는 줄고 전셋값은 뛰고"

서초구 전셋값 강세는 재건축 단지의 이주 영향이 크다.

서초구에서는 3∼6월 방배13구역, 신반포18차 337동, 신반포21차, 반포1·2·4주구 등 5천여가구가 재건축을 위한 이주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세 물량도 함께 줄었고, 이주 수요가 인근으로 옮겨가면서 전세 부족 상황이 확산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초구의 아파트 전·월세 임대 매물은 이날 기준 3천87건으로, 두 달 전(3천170건)보다 2.7% 줄었다.

양재동이 같은 기간 17.9%(73→63건)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서초동 -15.9%(2천409건→2천27건), 반포동 -7.6%(1천600건→1천479건), 우면동 -5.2%(156건→148건) 등의 순으로 매물이 줄었다.

전세난 심화 우려에 서울시가 지난달 반포 3주구(1천490가구)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면서 이주 시기를 7월이 아닌 9월 이후로 2개월 미루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당장 다음 달로 이주 시기가 다가오면서 매물 부족 현상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반포동 S 공인 대표는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나마 저렴했던 아파트 전세가 수백∼수천 채 사라지는 셈"이라며 "전세가 귀해지니 전셋값도 따라 올라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 1·2·4주구 바로 옆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84.95㎡가 지난달 20일 보증금 23억원(34층)에 최고가로 전세 계약을 맺었고, 중소형인 전용 59.97㎡도 가장 최근인 6월 19일 보증금 15억5천만원(14층)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며 가격이 치솟았다.

길 건너편에 있는 래미안퍼스티지 역시 84.93㎡ 전세가 5월에 이미 보증금 21억원(18층)으로 신고가를 찍었고, 인근 반포힐스테이트 대형 155.95㎡는 보증금 30억원(23층)에 역대 최고 가격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동작구 역시 서초구의 이주 수요 영향을 받는 데다 노량진·흑석동 등의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세 물건이 줄고 있다.

아실 자료를 보면 동작구의 전세 물건은 2개월 사이 6.8%(594건→554건) 줄었으며 상도동(-60.7%)과 사당동(-16.6%)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아파트

▲목동·대치·중계동 등 학군수요 가세…"입주물량 감소로 전세난 심화 우려"

최근 3주 연속 서울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양천구도 두 달 새 전세 매물이 31.6%(735건→503건) 감소했다.

양천구는 여름 방학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가 목동신시가지 등 단지로 몰리며 전세가 귀해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치·삼성동 등이 포함된 강남구를 비롯해 상계·중계동 등이 속한 노원구 등도 학군 수요가 전세 시장을 자극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불안한 가을 전세시장, 전세난 우려 커져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전세 시장은 앞으로도 쉽게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전세난 해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3만864가구로, 작년(4만9천411가구)보다 37.5% 적다.

여기에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천141가구에 그치고, 내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들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가을 이사철을 시작으로 중장기 공급 위축에 따른 전세 불안이 우려된다"며 "즉각적이고 획기적인 공급 확대 등 전세 안정을 위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