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일본 새 총리에 기시다, 아베·스가 정책 노선 유지할 듯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전 외무상이 내달 초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7년 9개월간 장기집권한 제2차 아베 정권의 계승을 선언하고 출범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을 1년여 만에 대체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아베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변화를 추구하는 색채를 띨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29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를 27대 총재로 선출했다. 투·개표는 공영방송 NHK로 중계됐다.

기시다는 결선 투표에서 257표를 획득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170표)을 87표 차이로 눌렀다.

그는 이달 30일 총재 임기를 마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뒤를 잇는 자민당 당수로 취임하며 내달 4일 소집 예정인 임시 국회에서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다.

기시다

그는 내달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 뒤 새 내각을 발족한다.

기시다 내각이 어떤 정책 노선을 취할지는 그가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발언했던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제2차 아베 내각에서 최장수 외무상을 지내기도 한 기시다는 긴급사태 조항 신설과 자위대 명기 등을 골자로 자민당이 제시해 놓은 기존 개헌안이 자신의 임기 중에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 개정 문제에서 아베 노선을 사실상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중점을 두는 자민당 보수정권의 기존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미국과 기술 패권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을 상대로 강경한 정책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중국을 염두에 둔 조치로 반도체 등의 중요 물자 확보 및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경제안보추진법을 제정하고 담당 각료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중국 등의 인권 침해 문제를 전담할 총리 보좌관 신설을 약속했다.

중국 해경국 선박에 의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주변 영해 침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해상보안청법과 자위대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기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년의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수뇌 간의 대화 필요성도 강조해 센카쿠를 둘러싼 영토 분쟁 상대인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기존 정권의 외교 노선을 살려 나갈 공산이 크다.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와 방위비 증액 등에서는 아베 정권 수준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의 현안인 납치 문제를 놓고도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아베·스가 정권의 노선을 따를 전망이다.

기시다는 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최내 국내 현안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선 한층 공세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의료 난민 제로화 등을 내세우면서 건강위기관리청 창설안을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 지원을 위해 수십조엔(수백조원) 규모의 경제대책도 공약했다.

경제 정책의 골격으로는 디플레이션 탈피에 초점을 맞춘 아베노믹스의 틀을 대체적으로 견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3대 축인 대담한 금융완화 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및 성장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아베노믹스의 혜택이 대기업으로만 쏠리고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도 지적하면서 신자유주의로부터의 전환 방침을 시사해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배증을 위한 새로운 일본식 자본주의를 주장하면서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재분배와 격차 축소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