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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환경 악화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

생산과 소비 부진이 2개월째 이어지고 경기 회복이 주춤한 가운데 중국의 성장 감속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는 뛰고 경기 회복은 지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등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중하고 있고, 미국의 테이퍼링 예고는 금융시장의 불투명성이 커지는 등 대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등 경기 낙관 전망 위축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의하면 재확산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 전반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전 산업생산(-0.2%)은 물론 소매 판매(-0.8%), 설비투자(-5.1%)가 한꺼번에 감소했다. 생산은 전월의 -0.6%에서 개선됐으나 소매 판매는 -0.5%에서 좀 더 악화했다. 투자는 전월의 2.0% 증가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흐름이 한국은행이 전망한 국내총생산(GDP) 4% 성장 전망의 기조를 흔들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 인플레이션 악화,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경기 회복을 낙관하긴 어렵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내수 회복이 코로나 장기화로 지연되고 있으나 아직 수출에 문제는 없어 4% 성장 경로에서 이탈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아직은 생산과 소비 감소 폭이 크지 않은데다 재난지원금, 국민지원금 등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이 이뤄지고 있어 당장 4% 성장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경기 회복세가 앞으로도 지속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 같은 101.3이었으나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로 0.3포인트 내려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14개월 만에 하락한 데 이어 8월에도 떨어지면서 경기가 확장 국면을 마무리하고 하강으로 전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2개월째 하락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 흐름으로 볼 때 추세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주식과 주택 가격 등 자산 가격의 하락과 함께 1∼2개 분기의 시차를 두고 경제성장률 둔화를 가져온다"고 했다.

경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인플레이션…악화하는 대외환경

우리 경제의 리스크는 오히려 외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품귀 등 글로벌 공급 병목과 석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헝다 사태와 전력난 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은 악재다.

무엇보다 치솟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채권금리가 뛰고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으로 멕시코만의 석유·천연가스 생산시설이 타격은 받은 데다 유럽의 풍력 발전이 떨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지난 8월 하순 배럴당 65달러 선에서 최근엔 78달러 선으로 상승하면서 3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일각에서는 연말에 90달러를 찍고, 내년엔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선물(11월물) 가격도 지난 7월 초 1MMBtu(열량 단위) 당 3.60달러에서 지난 28일엔 5.88달러로 2개월 보름여 만에 63%나 퀀텀 점프했다. 2014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거의 모든 상품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 병목, 원자재 가격 상승, 테이퍼링 등은 기본적으로 경기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지만 경기의 회복 속도나 탄력을 약하게 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테이퍼링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도 경제에 악재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