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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력난에 세계 공급망도 위축…세계 에너지 대란 확대

중국이 전력난을 겪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에너지 부족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원자재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글로벌 공급망 위축과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제유가 7년 만에 최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날 2.3% 급등한 77.6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브렌트유 역시 2.5%나 치솟은 81.26달러에 마감하며 201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11월에도 기존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급등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로 인해 증산이 더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OPEC+가 기존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유가를 더 밀어 올린 것이다.

에너지 가격 2020-2021 [자료=로이터]
2020-2021 에너지 가격 2020-2021 [자료=로이터]

앞서 지난 7월 OPEC+는 지난해 합의했던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8월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 씩 증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전체 감산 규모는 580만 배럴 수준이었다.

세계적 수요 증가와 미국·유럽의 재고 감소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국제 유가의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연가스를 사용해온 화력발전소들 가운데 일부가 원료를 원유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고, 이 같은 전망이 이미 유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중국의 전력난, 세계 공급망 위축에 영향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이미 석탄 공급난과 강력한 탄소 배출 억제 정책 때문에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최근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 중 20개 성에서 정전이 발생해 여러 공장들이 몇 시간씩 생산을 중단하는 등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은 인도를 제치고 세계 석탄 수입국이다. 중국이 세계 석탄 수출국인 호주로부터 수입을 금지하면서 중국 내 석탄 공급 업체 및 기타 지역에서 고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증가폭이 커지고 생활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에노도 이코노믹스(Enodo Economics) 책임자 다이아나 초일레바(Diana Choyleva)는 인플레이션으로 가계 재정이 타격을 입고 당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석탄 소비에 대한 의존도를 극단적으로 줄여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비율을 80% 이상에서 2019년에 51.8%로 줄였다. 줄어든 비중을 풍력과 태양열을 포함한 재생 에너지가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전기 절반 이상을 여전히 석탄 발전소에 의지하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같은 에너지 고소비 업종에서부터 사료, 섬유, 완구 등에 이르는 다양한 업종에 걸쳐 많은 기업이 당국의 전기 공급 제한하면서 기업의 정상적인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인도도 발전소 석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중국에서와 같은 전력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현지 석탄 화력 발전소 135곳 가운데 72곳의 석탄 재고가 사흘 치도 남지 않았다.

인도 월별 열탄 비축량 [자료=S&P Global Commodity insights]
인도 월별 열탄 비축량 [자료=S&P Global Commodity insights]

특히 중국의 전력난 영향이 코로나19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위축을 가중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도 천연가스 도매가가 몇 달간 상승하고 이에 따라 전기료도 큰 폭으로 올라 일부 국가에서는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 스타트는 9월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7.4% 급등한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에서는 트럭 운전사 부족 등으로 주유소에서 기름이 부족해지는 주유 대란까지 겪고 있다.

이에 스페인과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각료급 회의를 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스페인의 나디아 칼비뇨 경제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이것은 우리가 국가적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EU의 조율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EU는 오는 21∼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의제에 에너지 가격 급등 문제를 추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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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블룸버그 상품 스폿 인덱스'는 이날 1.1%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에너지와 금속, 곡물 등 23개 품목의 가격을 추적하는 지표로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3월 4년 만의 최저를 기록한 이후 90% 이상 상승했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품목의 가격이 가장 많이 뛰었고, 알루미늄, 구리, 커피, 설탕, 면화 등의 가격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