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내년에도 고물가에 공급난…세계 경제 불확실성 커지나

세계 경제가 팬데믹 영향력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으나 세계 공급망 문제와 인플레이션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공급망 병목 현상이 미국 경제를 짓누르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망 문제와 인플레이션, 내년에도 지속될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예상한 12월 물가상승률 평균치는 5.25%로 집계됐다. WSJ은 지난 8∼12일 재계, 학계, 금융업계의 전문가 67명을 대상으로 경제 전망을 조사했다.

10월과 11월에도 비슷한 수치가 찍힐 것으로 가정한다면 지난 1991년 초 이후 최장기간 5%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셈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다이와캐피털 아메리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모란은 "공급망 병목, 노동력 부족,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이 어우러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의 예상을 평균치로 환산한 결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내년 6월 3.4%, 내년 말 2.6%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전 10년간의 평균인 1.8%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런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The Conference Board 2021년 9월 미국 경제 전망 [자료=THE CONFERENCE BOARD,INC]
The Conference Board 2021년 9월 미국 경제 전망 [자료=THE CONFERENCE BOARD,INC]

이번 조사에서 올해 3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3.1%(이하 연율)로 지난 7월 WSJ 조사의 7.0%에서 크게 후퇴했다. 4분기 성장률도 지난 7월 조사 때는 5.4%로 전망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8%로 낮아졌다.

금융회사 비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브라운은 "높은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낮추고 있어 소비자 지출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응한 이코노미스트 중 절반은 향후 12∼18개월간 경제 성장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으로 공급망 병목 문제를 꼽았다.

이들은 공급망 문제가 내년에도 대부분의 기간에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45%는 내년 하반기에야 공급망 병목 현상이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40%는 그전에 공급망 문제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코로나19를 경제 성장의 최대 위협으로 꼽은 응답자는 8.2%에 그쳤다.

미국 인플레이션 차트 [자료=Focus Economics]
미국 인플레이션 차트 [자료=Focus Economics]

▲억눌렸던 수요 급증에 노동력·원자재 부족에 공급망 혼란 가중

18일 CNBC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전력 부족으로 여러 지역의 제조 공장의 가동이 멈췄으며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트럭 운전사의 부족으로 물류대란을 겪기도 했다. 미국 역시 독일과 마찬가지로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공급망 혼란을 경험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면서 소비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인력 부족, 핵심 부품 및 원자재 부족 등으로 제조업체와 유통 업체가 팬데믹 이전만큼 공급이 어려워진 점도 공급만 혼란에 영향을 끼쳤다.

공급이 부족했던 상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치솟으면서 중국에서 미국 및 유럽으로 들어오는 운송비가 치솟고 항만에서 선적 하역 후 유통을 맡는 트럭 운전사의 부족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났다.

Moody's Analytics의 팀 울리(Tim Uy)와 같은 전문가들은 공급망 문제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울리(Uly)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드는 가운데 공급망 혼란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떠올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경 봉쇄 및 이동 제한, 백신 접종 격차, 억눌렸던 수요까지 겹치면서 운송 지연과 운송비 상승 등이 글로벌 생산이 제약을 받았다. 이로 인해 전 세계 GDP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컨테이너, 운송, 항구, 트럭, 철도, 항공 및 창고 등 여러 공급망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한동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인베스코(Invesco)의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크리스티나 후퍼(Kristina Hooper)는 "미국 기업들이 공급망 중단과 잠재적 수익 감소에 따른 비용 상승을 우려하며 공급망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 물가 상승에 연준 금리 올릴 것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연준이 물가 억제를 위해 서둘러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 5명 중 3명은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고, 16%는 내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첫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장기 경제 전망에 대한 시각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10월 조사에서 집계된 성장률 전망치는 2022년 3.6%, 2023년 2.5%로 직전 조사 때보다 소폭 상향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콘스탄스 헌터는 "2022년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해가 될 것"이라며 "경제 성장은 매우 강하겠지만 기업과 소비자들이 고물가 시대를 잘 헤쳐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