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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자 44%는 신용대출도…이중채무 역대 최대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신용대출을 이미 보유했거나 두 대출을 같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이중채무자'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 비중이 80%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면 다중채무자의 이자가 불어나 경제와 금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회와 한은에서 나왔다.

▲신규 주담대 차주 42%는 신용대출, 9%는 전세대출 동반 대출

19일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지난 1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은행·비은행) 가운데 신용대출 '동시 차입' 상태인 대출자 비중은 41.6%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100명 중 이미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거나,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신용대출을 같이 받은 사람이 약 42명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 비율(41.6%)은 2012년 2분기 해당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액 기준으로는 신용대출 동시 차입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액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47.3%를 차지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누적 기준으로는 1분기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전체 차주의 43.9%(대출액 기준 49.4%)가 신용대출을 함께 받고 있었다. 누적 비중(43.9%)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이다.

반대로 1분기에 신용대출을 새로 받은 사람 중 18.2%(대출액 기준 21.5%), 누적 기준으로 신용대출 차주의 27.1%(34.7%)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갖고 있거나 동시에 받았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모두 끌어 쓴 경우도 적지 않았다.

1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의 8.8%(대출액 기준 5.3%)의 경우 앞서 전세자금대출이 있거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같이 받았다.

누적 통계에서는 1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상태인 차주의 2.5%(대출액 기준 2.5%)가 전세자금대출까지 보유한 이중 채무자였다.

신규와 누적 기준 주택담보-전세자금 이중 대출자의 비율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주택담보대출 금액대별 차주의 분포를 보면, 1분기 현재 주택담보대출액이 5천만원이하인 경우가 31.3%로 가장 많았고, 5천만∼1억원(26.6%), 1억∼2억원(24.1%) 순이었다.

1분기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는 차주의 비중은 명수와 대출금액 기준으로 각 29.1%, 62.7%로 집계됐다.

'DSR 40% 초과'는 대체로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 한은이 고위험 채무자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데, 당국은 지난 7월부터 개인 차주별 'DSR 40%'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다중채무자는 일반적으로 여러 대출을 보유한 사람을 말하지만,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 등에서는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차주'로 정의된다"며 "이처럼 주담대-신용대출, 주담대-전세대출 등을 함께 보유한 차주 가운데 상당수가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주담대 변동금리 5% 육박…대출자 80% 변동금리 선택

여러 금융기관에서 빌린 다중채무자가 위험한 것은 향후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이들의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5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작년 말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씩 뛴다.

특히 대출 규모가 큰 고소득자(소득 상위 30%)의 이자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따라 43만원(381만원→424만원) 늘고, 취약자주(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하위 30%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의 이자도 53만원(320만원→373만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준금리 인상과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으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변동금리의 비중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출
[연합뉴스 제공]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19.6%에 불과하다. 80.4%의 가계대출자가 변동금리를 택했다는 얘기다.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 6월 81.5%로 2014년 1월(85.5%)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대 수준에 이른 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80%를 웃돌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18일부터 적용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031∼4.67% 수준으로,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한 달 보름 사이 하단과 상단이 각 0.411%포인트, 0.48%포인트 높아졌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92∼4.42%에서 3.14∼4.95%로 상승했다.

특히 최고 금리가 0.53%포인트나 뛰어 거의 5%에 이르렀다. 윤창현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 부실의 고리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핀셋' 접근법이 효과적"이라며 "특히 금리 상승기에 다중채무자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 만큼 보증연장, 대환대출, 채무 재조정 등 다각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