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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따라 대출·원금분할상환 강화, 카드론도 규제…서민 타격 우려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를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로 확대하고 대출 기준을 담보·보증력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존의 담보대출은 대출자의 소득이 적어도 아파트 등 담보물의 가치가 크다면 수억원대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26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르면 상환능력 중심으로 대출 규제가 이뤄지면 아무리 좋은 담보 물건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해도 대출자의 소득 입증액이 적으면 대출 가능 금액이 이전보다 줄어든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카드론을 DSR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타격이 우려된다.

또한 소득이 낮은 청년과 서민층은 DSR 규제 강화로 내 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되는 등 자산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상환능력의 지표는 DSR로 약칭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DSR 규제는 개인의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억제하는 것이다.

현재는 규제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이 1억원이 넘을 때 은행권에서 40%, 제2금융권에서 60%를 각각 적용한다.

▲내년 1월 총대출액 2억원 초과하면 DSR 적용…7월부터 1억원 초과대출로 확대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시행으로 내년 1월에는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이 연소득의 40%(제2금융권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이 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올해 5월에 신용대출 5천만원을 받고, 8월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1억3천만원을 이용한 대출자가 내년 3월에 추가로 2천만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게 되므로 차주단위(개인별) DSR 제한이 적용된다.

이 대출자의 연봉이 5천만원이라면, 은행에서는 연간 원리금 합계 2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보험사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는 원리금 2500만원까지 가능하다.

이때 대출을 갚아나가는 기간, 즉 만기는 연간 원리금 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 '최대만기'로 일괄 적용하는 만기가 내년 1월부터 대출별 '평균만기'로 바뀐다.

비(非)주담대는 현재의 10년에서 8년으로, 신용대출은 7년에서 5년으로 각각 단축된다. 만기가 7년에서 5년이 되면 연간 원리금이 40%가량 늘어나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이 그만큼 줄어든다.

제2금융권에서는 차주단위 DSR 비율도 60%에서 50%로 떨어진다. 주담대처럼 만기가 긴 대출은 DSR 비율이 10%포인트(p) 낮아지면 대출 가능액이 대폭 삭감된다.

다른 대출이 없는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라면 DSR 10%p는 연간 원리금이 500만원에 해당하므로, 3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 대출액이 1억원 넘게 차이가 나게 된다.

▲카드론도 DSR에 반영…대출액 감소에 급전 필요한 서민 타격 불가피

카드론 등 제2금융권 강화도 이번 추가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올해 4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을 때 카드론은 향후 반영한다고 예고했을 뿐 정확한 시행 시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당장 내년 1월부터 카드론을 DSR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카드론의 만기는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2∼3년으로 운영되는데, '1년'이 가장 많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영세자영업자와 중·저신용자의 '급전' 조달 통로로 주로 활용된다.

만기가 짧아 DSR에 미치는 영향도 강력해 카드론으로 몇천만원을 빌리게 되면 다른 대출이 아예 막힐 수도 있다. 카드론 이용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 주담대 1억8000만원과 함께 카드론으로 2천만원(만기 1년, 금리 13%)을 빌린 상태라면, DSR 40%가 적용되는 은행에서는 추가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된다.

연봉 4000만원 직장인이 주담대 1억8000만원(만기 30년, 금리 2.5%, 원금균등상환, 비규제지역)과 신용대출 2500만원(금리 3.0%, 만기일시상환)을 이용하고 있다면 현재는 카드론 800만원을 추가로 쓰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차주단위 DSR이 적용되면 636만원이 카드론 한도가 된다.

금융당국도 카드론의 짧은 만기가 대출 공급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두고 "계약서상의 약정 만기를 기준으로 하되 정책적 요소를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조정 여지를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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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카드업계, 카드론 규제시 실적 10% 감소 예상

카드업계는 당장 내년 초에 카드론 실적이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2금융권에 대해 개인별 DSR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별 평균 DSR 규제도 강화된다. 현재 보험, 카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각 업권의 평균 DSR 규제는 70∼160%인데, 내년부터 50∼110%로 관리를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카드론의 질 관리를 위해 다중채무자에 대해 카드론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마련해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 농협 등 상호금융이 설립 취지를 벗어나 비조합원이나 준조합원 대출 영업에 열을 올리지 않도록 예대율(예금과 출자금 대비 대출액의 비율) 계산 때 준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가중치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원금 분할상환 압박…주택담보대출 받기 더 어려워진다

주담대 분할상환 비율의 목표가 상향되고, 집단대출 등을 제외한 개별 주담대 분할상환 비율의 목표가 새로 신설됨에 따라 거치식 주담대를 받기가 지금보다는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은 내년 개별 주담대의 분할 상환 목표를 80%로 책정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개별 주담대의 분할상환 비율은 73.8%로 파악됐다.

분할상환 비율이 11.8%에 불과한 신용대출에 대해선 분할상환의 경우 DSR 산정에 실제 만기를 적용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대출자가 만기를 길게 설정함으로써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담대 1억5000만원(만기 10년, 금리 2.8%)을 받은 연봉 8000만원 직장인이 신용대출 6000만원을 추가로 받으려 할 때, 일시 상환을 선택하면 평균만기 5년이 만기로 적용돼 신용대출의 연간 원리금이 1400만원으로 산출된다.

이를 주담대 원리금(1900만원)과 합치면 DSR가 41.3%로 나오므로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그러나 8년 만기 분할상환을 택하면 신용대출의 원리금이 1000만원으로 줄어들면서 DSR가 36.3%로 낮아져 대출이 가능해진다.

분할상환 비율 실적이 우수한 금융회사에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우대율이 확대된다.

▲"빚 많은 사람만 영향받아" vs "사다리 걷어차기, 영끌 금지법" 비판

금융당국은 DSR 규제 강화가 빚이 과도한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며, 대다수 대출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내년 1월에 DSR 규제 강화(2단계)가 적용되면 전체 대출 이용자의 13.2%가, 7월(3단계)에는 29.8%가 각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1월 시행하는) 2단계의 대상은 차주의 13.2%로, 우리나라 차주를 2천만명으로 보면 1천734만명은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빚이 많은 사람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게시판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환능력 위주 대출'이 '사다리를 걷어차기', '영끌 금지법'이라는 비판과 불만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또 카드론을 DSR에 반영함에 따라 영세자영업자와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융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DSR에 반영되지 않는 300만원 이하로 대출 쪼개기가 일부 늘어날 수 있지만, 다중채무자 관리가 강화되면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더 질이 나쁜 현금서비스나 대부업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