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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 고공행진…금리 상승에 이자부담 가중

물가는 치솟고, 대출 금리는 뛰면서 가계 살림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2% 올라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더 높다는 분위기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농산물 등 일부를 제외하고 돼지고기(12.2%), 달걀(33.4%), 마늘(13.1%), 휘발유(26.5%), 경유(30.7%), 빵(6.0%), 전기료(2.0%), 전세(2.5%) 등이 줄줄이 올랐다.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고 지출도 많이 하는 141개 품목을 갖고 산정한 생활물가는 4.6% 뛰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의 상승 폭이 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700원 후반대로 1년 사이에 30% 넘게 올랐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00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물가 급등세를 누그러뜨리려 연말까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할 계획이다. 오는 12일부터 약 6개월간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붙는 유류세를 20% 내린다.

이런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100% 반영되면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는 116원, LPG부탄은 40원 떨어진다.

정부는 전국 주유소에 유류세 인하분이 신속히 판매가에 반영되도록 요청할 계획이지만 얼마나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중의 많은 유동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연초 식료품에 머물렀던 물가 상승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의한 물가 압력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전 국민 지원보다는 소득이 낮은 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
[연합뉴스 제공]

▲대출문턱 높아지고 이자부담 커져…"생계형 대출 배려해야"

물가가 급등하면서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대출 금리가 이미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를 더 끌어올려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키우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01%로 한 달 새 0.13%포인트 올라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15%로 0.18%포인트 상승하면서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5%대 중반에 달한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대출 수요자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리 변동 위험과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출상품의 비중을 높이고, 생계형 대출자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달에 이어 내년 1분기 중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국이 가계대출 원금 분할 상환을 확대한다는데 단기가 아닌 20~30년짜리 고정금리 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소규모 자영업자가 폐업해 일시적 실업자 상태에 있을 때 소득은 없지만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규제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자금 대출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