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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산업]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포스코, 친환경 수소 환원 제철 모델인 HyREX 기술 보유
현대제철은 철광석 브리켓 등 저탄소 철원 타당성 검토
전문가와 업계는 정부 지원 필요하다 주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의 노력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 환원 제철 상용화를 비롯해 저탄소 대체재로 기대되고 있는 철광석 브리켓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철강산업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 된 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철강산업은 유연탄과 전력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9년 기준 1억1,700만 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의 16.7%를 산업 부분에서는 30%를 차지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강도 높은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세웠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업종은 2050년 온실가스 배출을 95% 감축하는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 환원 제철 모델인 HyREX 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수소 환원 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수소 확보가 필수적이다. 포스코는 수소 생산을 위해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 중이며, 수소 운송과 저장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암모니아 수소 추출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철광석 브리켓을 비롯한 저탄소 철원 기술 타당성 검토 사실을 밝혔다. 철광석 브리켓은 약 200℃의 저온에서 생산된 저탄소 철원으로 고로의 소결, 괴광 및 펠렛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저탄소 대체재에 관한 관심은 저탄소 강판 수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철강 수요업계에서도 향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저탄소 강판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사가 함께 탄소중립에 나선 사례도 있다. 양사는 지난 9월 제철소가 위치한 광양항과 평택‧당진항 구간의 연안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고 버려진 굴 껍데기를 제철 부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양사는 해운 인프라 공유로 연간 소나무 54만 그루(3,000톤 탄소 감축)를 새로 심는 효과를, 버려진 굴 껍데기(92만 톤 기준) 활용으로 소나무 3억 그루(41만 톤 탄소 감축)를 심는 효과를 기대했다.

현대제철 제철소
현대제철 제공

◆ 철강업계 "정부 지원 필수"

전문가는 철강업계의 친환경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모델에 대한 정부 지원도 강조한다.

산업연구원 정은미 본부장에 따르면 실제 국내 철강산업은 그간 탄소 감축에 적극 노력해 왔는데, 향후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획기적인 진전이 없다면 추가적인 감축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2050년을 바라보는 중장기 전략에서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철강산업이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지만, 이는 철강업계의 감축 노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철강산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먀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철강업계도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하지만, 향후 예상되는 대규모 투자와 리스크를 감안하면 정부에서 적극적인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추진에는 고난도 기술개발과 대규모 시설투자 등 어려운 과제들이 많아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철강업계가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 지원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친환경과 신소재 개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현실에 있다.

고준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은 "친환경에 대한 철강산업의 대응이 큰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신소재 개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미래차나 미래선박 등에 향후 고성능의 철강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기업의 혁신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 수십조 원이 들 것"이라며 "국내 철강산업은 최근 수익구조가 악화해 투자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