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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기조 따라가면 가계대출 이자부담 40조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를 따라갈 경우 연간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40조원 가까이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7일 발표한 '미국 금리 인상의 한국경제 영향과 시사점'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통화량 등 경제 변수를 바탕으로 미국의 적정 단기국채 금리 수준을 추정한 결과, 6개월 만기 미 재무부 채권의 적정금리는 2.14%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작년 4분기 평균 재무부 채권 금리 수준이 0.10%였음을 고려하면 앞으로 2.04%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는 의미다.

한경연은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면, 단기국채 금리가 적정수준을 보일 때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4∼7회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적인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가 2.0∼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단기 국채금리가 미국 적정 금리 상승 폭인 2.04%p만큼 올라갈 경우 가계대출 금리는 2.26%p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른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39조7천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출 경우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40조원가량 증가하게 된다는 게 한경연의 전망이다.

여기에 통계청이 측정한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57.4%)을 고려하면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당 이자 부담은 340만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
[연합뉴스 제공]

한경연은 또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차이를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비율을 추정한 결과, 미국의 6개월 만기 채권 금리가 작년 4분기 대비 2.04%p 오른 가운데 우리나라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에서 유출되는 외국인 투자자금 규모는 31억5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미국의 이번 금리 인상을 계기로 '글로벌 긴축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비율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 제고와 민간 일자리 창출 확대 등을 통해 민간의 금리 인상 방어력을 확충하는 한편, 재정건전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압박 커져…3차례 더 올리면 연말 2.00%

연준의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과 다르지 않지만, 연내 6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예고 등은 다소 '매파적'(hawkish·통화긴축 선호)이라는 평가가 투자은행 등에서 나오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 역시 연준 FOMC 회의 후 17일 주재한 상황점검 회의에서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금통위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졌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기준금리 등 정책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기조적 달러가치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적정 수준의 기준금리 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꼭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때문이 아니더라도, 최근 급등한 물가만으로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4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한 차례 더 올리더라도 통화 긴축정책으로 볼 수 없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금통위 회의에서 다른 금통위원들도 대부분 "물가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의사록에서 확인됐다.

시장은 대체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1.75∼2.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0.25%포인트씩 인상을 가정하면, 연내 2∼3 차례 추가로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만큼, 4월에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당장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권 교체 등에 따라 후임 한은 총재 인선이 늦춰져 다음달 14일 회의 전까지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공석일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5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