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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0.5%P 금리인상 무게…월 116조원 양적긴축 시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는 것은 물론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의 양적긴축에 곧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이 6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FOMC 위원들 중 다수는 연준 목표치(2%)를 크게 웃도는 물가상승률,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 너무 낮은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당장 3월 회의에서 50bp의 금리인상을 선호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커다란 단기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25bp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인상과 함께 긴축 통화정책의 양대 수단인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월 950억달러(약 115조7천원)의 한도 내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의사록은 "회의 참석자들은 (양적긴축의) 월 상한선을 미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달러로 하는 게 적절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며 "월 상한선은 시장 상태에 따라 3개월 또는 그보다 약간 더 긴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7∼2019년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당시 월 상한선이 최대 50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양적긴축은 종전보다 2배에 가까운 속도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와 MBS를 매입했으나, 이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연준은 현재 8조9천억달러 규모로 불어난 보유 자산 중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일부를 재투자하지 않고 시장에 흘려보내는 식으로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연방준비제도
연방준비제도(Fed)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이와 관련, 3월 FOMC 회의 참석자들은 "이르면 5월 다음 회의가 끝난 뒤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연준이 이처럼 통화긴축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나선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9% 급등해 40년 만의 최고치를 또 경신했고, 연준이 더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6.4% 뛰어 연준 목표치를 3배 이상 상회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인사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를 포함한 연준의 고위 관리들이 최근 잇따라 물가 우려와 양적긴축의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만큼 5월 FOMC에서 양적긴축 착수 발표와 50bp의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