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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청약시장도 적신호…경기 청약미달 작년의 10배

올해 들어 청약시장에 비상등이 커졌다.

최근 1∼2년 이상 신규 공급이 집중된 대구 등 일부 지방은 물론 '청약불패'로 여겨졌던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택지내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지만, 민간 택지나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닌 경우 미계약이 늘고 청약 미달 단지는 작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커진 데다 올해부터 아파트 분양 잔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수도권 청약시장도 옥석 가리기에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경기도 분양단지 22% 청약 미달, '작년의 10배'…경쟁률도 반토막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안성시에서 분양된 '안성 공도 센트럴카운티 에듀파크'는 전용 84㎡ 4개 주택형이 2순위 청약에서도 모두 미달됐다. 전체 416가구 일반분양에 청약자 수는 182명에 그쳤다.

역시 같은 달 분양한 경기 동두천시 생연동 '브라운스톤 인터포레'도 전체 8개 주택형중 3개 주택형이 2순위 청약에서도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앞서 지난 3월 청약한 안성시 당왕동 'e편한세상 안성 그랑루체' 역시 1천370가구의 대단지에서 6개 주택형(일반공급 788가구)중 2개 주택형만 각각 1, 2순위에서 모집가구 수를 채웠고 4개 주택형은 미달됐다.

지난해 청약만 했다 하면 마감 행진을 이어온 수도권 청약시장 분위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작년 말, 올해 초 대구 등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우려가 수도권으로 점차 확산하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R114가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된 132개 단지 가운데 1개 주택형이라도 미달이 발생한 단지 수는 총 33곳으로 전체의 25%에 달했다.

특히 경기도는 올해 들어 분양한 37개 단지 중 22%인 8개 단지가 모집 가수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분양된 102개 단지 가운데 단 2%(2곳)만 순위내 마감에 실패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미달 비중이 10배로 커진 것이다.

지난해 전국의 청약 미달 단지 비중도 전체 429곳 중 20%(84곳)로 올해보다는 5%포인트(p) 낮다.

최근 공급과잉 우려로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대구시에서는 올해 분양된 7개 단지 전체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또 경북은 7개 단지 중 4개 단지(57%), 충북은 6개 단지 중 3개 단지(50%)에서 각각 미달이 났다.

현재 신규 입주물량이 많은 대구지역 분양 단지는 미계약분만 모아서 다시 청약을 받는 무순위(일명 '줍줍') 청약에서도 미달이 줄을 잇고 있다.

청약 경쟁률도 하락 중이다. 전국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19.79대 1에서 올해는 13.2대 1로 떨어졌다. 특히 수도권 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30.96대 1에서 올해 14.97대 1을 기록하며 반 토막이 났다.

경기도의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28.54대 1에서 올해 10.08대로 급락했다.

이 때문에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 건수도 늘고 있다. 통상 청약 부적격자로 인해 어느 단지든 미계약이 발생하지만, 올해 들어선 당첨자 스스로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전보다 늘어난 것이다.

올해 서울 분양에서 관심을 끈 구로구 개봉동 주상복합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은 초기 계약률이 70%에 그쳤고,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는 전체 295가 구중 18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밀렸다.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돼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곳들이다.

지난해 완판 행진이 이어진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투자형 상품의 청약열기도 한풀 꺾였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파주 운정 힐스테이트는 전체 3천413가구 가운데 오피스텔만 2천669실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로, 고분양가 논란 속에 6개월째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잔여 미계약분 해소를 위해 분양대금 일부를 대출로 전환하는 등 계약조건을 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청약
[연합뉴스 제공]

▲금리 인상·잔금대출 DSR 등 직격탄…"양극화 심화될 것"

청약시장의 이 같은 경고등은 잇단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올해부터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이 일부 이탈하는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을 총대출액 2억원 이상(7월부터는 1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아파트 잔금 대출도 DSR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이 때문에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출 제약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실거주보다 투자 성향이 강한 오피스텔이나 생활숙박시설 등이 더 타격을 받고 있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약통장을 쓰는 아파트보다 통장과 무관한 오피스텔에서 청약 포기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분양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당첨자 중에 동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곧바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본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민간 아파트나 분양가가 저렴한 공공택지내 아파트에는 청약자들이 몰리겠지만 고분양가나 입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지는 청약률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2만7천974가구로 전달보다 10.8%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이 2천921가구로 전월 대비 26.0% 늘었고 이중 서울 미분양은 2월 47가구에서 3월에는 180가구로 전월 대비 283% 증가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둔촌 주공 등 서울 관심지역 정비사업 일반분양이 재건축 조합내 분쟁과 분양가 상한제 개편 등을 기다리며 지연되고 있는 것도 청약열기가 시들해진 원인 중 하나"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명확해지고 인기단지 분양이 재개될 때까지 청약 대기자들도 관망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작년에는 '영끌족'을 포함한 투자수요가 청약시장까지 뜨겁게 달궜지만 올해 들어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감,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무리하게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줄어들었다"며 "입지·분양가·전매제한 등 규제 여부에 따른 분양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