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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의…러 위협 대응·중국 부상 견제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의 시급한 안보 우려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10년에 걸친 나토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먼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 같은 러시아의 위협이 야기한 새로운 안보 현실에서 필요한 대응, 접근법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중국 문제를 비롯해 기후변화의 안보 영향, 테러리즘, 사이버, 하이브리드 공격 등 다른 여러 도전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

특히 나토는 안보 상황 변화에 맞춰 향후 10년의 전략적 방향과 청사진을 담은 새로운 '전략 개념'도 채택할 예정이다.

터키의 반대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도 의제 가운데 하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는 새로운 안보 현실을 위한 신전략개념과 나토 억지력, 방위의 근본적인 변화 등 많은 중요한 결정들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러 위협에 대응해 신속대응군 확대 등 방위 강화…우크라 지원 계속

1949년 4월 출범한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이 야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의 정치적 통합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창설됐다. 냉전 시기 소련과 동맹국이 형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서방의 안보를 지켜낸 군사동맹이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옛 소련이 해체된 이래 나토는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따라 나토는 지난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현 '전략개념'에서는 러시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금 러시아에 대한 동맹국의 단합된 대응과 조율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새 나토 전략개념에서는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우리 안보에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여긴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며 방위를 강화한 나토 동맹국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장기적인 억지력, 방위를 강화할 예정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를 갖춘 병력을 30만명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AP 통신은 이는 현재 4만명 규모의 나토 대응군을 거의 8배가량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방위에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역사학 교수인 메리 엘리스 서로티는 블룸버그 통신에 "나토와 러시아가 냉전식 관계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다른 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산주의를 재건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나토 동맹국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재정,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더욱 강화된 종합 지원 패키지에도 합의할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연설한다.

나토정상회담
[UPI/연합뉴스 제공]

▲안보환경 변화 속 새 '전략개념' 채택…중국의 도전 첫 포함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는 나토의 가치와 목적, 임무와 함께 나토가 처한 안보적 도전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치적, 군사적 임무의 개요를 담고 있는 핵심 문서다.

국제 안보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냉전이 끝난 이래 대략 10년마다 정기적으로 재검토, 업데이트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러시아의 위협과 함께 중국이 야기하는 도전을 처음으로 다룬 새로운 '전략 개념'을 승인할 예정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중국이 우리 안보와 이익, 가치에 가하는 도전들에 대해서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새 전략 개념에서는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나토가 전략 개념을 마지막으로 채택한 2010년에는 중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 홍콩 등에서의 강압적 정책,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등으로 나토가 중국의 도전을 더는 무시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 심화와 함께 중국에 대한 유럽의 태도 변화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중국을 지정학적 경쟁자로 간주하고 갈등해온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에 중국에 맞서 공동 전선을 펴기를 촉구해왔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중요한 경제적, 전략적 협력 대상인 중국에 대한 인식에 온도 차를 보이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민주주의, 인권 등에서 근본적 차이를 드러내는 중국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를 키워왔다.

나토는 지난 2019년 정상회의 때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기회이자 도전"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정상회의 공동 성명에서는 중국의 야심과 강력히 자기주장을 하는 행동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와 동맹 안보와 관련된 영역에 구조적 도전을 야기한다"면서 처음으로 강력한 어조를 사용했다.

한 유럽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나토는 중국을 무시하기 어렵다"면서 유럽은 이를 인정하는 데 조금 늦었지만, 홍콩 문제로 견해가 분명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담
[AP/연합뉴스 제공]

▲아·태 파트너국과 협력 강화…핀란드·스웨덴 가입 논의

이번 정상회의에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30개 나토 회원국 정상과 함께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정상도 처음으로 초청돼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 의제 가운데 하나로 파트너십 강화를 꼽으면서 "전략적 경쟁의 시대에 권위주의 정권이 우리의 안보의 핵심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나토는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토는 특히 아태 지역 파트너국과 관련, "오늘날 복잡한 안보 상황에서 전 세계의 비슷한 의견을 가진 파트너국들과의 관계는 공통의 안보 이슈와 국제적 도전을 다루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속에 70여 년간의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을 깨고 최근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기존 회원국인 튀르키예(터키)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절차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관련국 정상 간 회동을 마련하는 등 되도록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의 기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