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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쌍용차 정신 담은 '토레스'

집 안이 어려우면 공부를 할 때도 뭘 할 때도 발목을 잡는다. 무언가 해보고 싶어도 갈 길을 막는다. 집 안이 그런걸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최선의 방법을 찾는 법 밖에는.

29일 쌍용자동차가 경기 평택 쌍용차 본사에서 진행한 '디자인 비전 및 철학 미디어 설명회'에서 본 중형 SUV '토레스(TORRES)'. 고민과 정성이 느껴졌다. 칠레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명칭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선 이름이 좋다. 세련됨이 묻어난다.

반응이 좋다. 사전계약(6월 13일) 첫날 쌍용차 신차 중 역대 최대치 수치가 나왔다. 27일 기준으로는 2만5천대를 넘었다. 여러 얘기를 떠나, 시장 반응이 좋으면 이는 그 결과이기 때문에 성과로 보면 된다.

이날 미디어 설명회에서 이강 쌍용차 디자인센터 상무는 디자인 과정에서 과거 큰 인기를 얻었던 과거 '무쏘', '코란도'를 언급했으나 이를 따른 것은 아니며 '정신'을 옮겨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익스테리어는 강인한 느낌을 주고자 했으나, 인테리어는 외관 느낌을 이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을 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외관의 디자인 흐름이 내관까지 꼭 이어질 필요는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량 설명 뒤 토레스를 실제 봤다. 첫인상이 매우 좋은 차다. 한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 "쌍용차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할 일은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쌍용차 아닌거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쌍용차 잘 만드네. 원래 이렇게 잘 했나"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들었다.

전면은 2세대 코란도가 떠오르기도 하며 강인함과 함께 귀여운 모습을 가미하고 있다. 똘똘한 인상을 준다. 코란도보다 전장이 길다. 차량 뒷편을 20cm 정도 늘렸다. 전고도 코란도에 비해 8cm 높다. 그릴 밑 오른편에 붙어 있는 레터링이 인상적이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지프의 세븐 슬롯 그릴과의 유사성에 대해 언급되기도 했는데 쌍용차는 부정했고 기자가 보기에도 토레스는 6개이고 유사하지도 않다. 오히려 랜드로버 차량의 인상이 좀 드는 면은 있어 보인다.

후면도 인상적이다. 가운데에 'TORRES' 레터링을 넣고 하단 오른편에는 'SSANGYONG' 레터링을 넣었다. 엠블럼을 떼는 시도를 했고 이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이 상무는 말했다. 그는 쌍용차 수출·내수 엠블럼이 다른 것을 같게 하기를 바라는 맘이 있었고 토레스는 그처럼 됐다고 반가워 했다.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적용 됐는데, 트렁크 도어 오픈은 오른편에 마련된 손잡이에 손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열린다. 면발광 형태의 테일램프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이날 기자들이 살펴본 토레스 차량들에는 20인치 휠이 적용 돼 있었고 휠 아치는 바디칼라와 다른 플라스틱 소재의 검정색으로 적용 돼 있었고 오프로드 느낌을 살리고 있다. 휠은 17인치가 기본으로 적용되며 고급 모델에는 18인치가 들어간다. 20인치는 옵션이다.

실내 공간성이 매우 좋다. 2열 시트 허리 각도가 한단계 조절된다. 기본도 편안하나 눕히면 더 편하다. 내부가 깔끔하다. 안전·편의 장치도 잘 마련 돼 있다. 이전 쌍용차 같지가 않다. 플로팅 타입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적용이 인상적이며 디지털 타입의 계기판도 쌍용차에서 처음 보는 것이다. 위아래 높이가 좁은 느낌이 있긴 했으나 크기에 대한 불편함이 들거 같지는 않았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쌍용차의 투박함, 진부함,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도 개선된 듯 보였다. 이전 투박한 부품들이 보이지 않는 듯 했고 대시보드의 깔끔함과 장식도 세련 돼 보였다. 이전의 엉성한 모습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도어 트림 부근 문 여닫을 때 손을 그립하는 부분의 이런 사소한 공간도 잘 해둔 것을 보고 "신경 많이 썼구나" 생각했다. 안쪽까지 깊게 파 둬 공간을 확보한 것을 봤다. 2열에는 2개의 충전 포트도 마련 돼 있었고 열선도 구비 돼 있었다.

파워트레인(1.5리터 가솔린 터보/6단 자동 변속기)이 코란도 것을 그대로 가져와 쓴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회사 매각 막바지 상황에 있는 쌍용차의 재정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회사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쌍용차의 5월 내수 판매는 르노와 한국GM 보다 앞섰다. 쌍용차의 정신은 '모험'이다. 이 상무는 탈내연기관을 준비하고 있고, 토레스 이후 나올 코란도 후속 모델로 관측되는 'KR10'에 대해 전기차로 내놓을 준비도 이미 마친 상태라고 했다. 토레스는 무쏘의 후속이라고 보면 된다. 토레스를 보며 쌍용차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죽어 있지 않구나" 생각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보안 문제로 소지하고 있던 스마트폰을 다 뺐겨 사진은 한장도 찍을 수 없었다. 7월 5일 공식 출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