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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투자수요 '뚝'

국내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0.50%포인트(p) 오르는 '빅 스텝'이 단행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았거나 받아야 할 차주의 입장에서는 이자가 실질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0.50%p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11월과 올해 1·4·5월에 0.25%p씩 다섯 차례 오른 데 이어 이날 한 번에 0.50%p 올라 총 1.75%p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세 차례 연속(4·5·7월) 인상된 것은 물론 한 번에 0.50%p 오른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7월 2.81%에서 올해 5월 3.90%로, 상호저축은행 주담대 금리는 4.91%에서 5.02%로 각각 1.09%p, 0.11%p 인상됐고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는 추가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5월 기준 가계대출 금리별 비중은 연 3∼4%가 55.7%, 연 4∼5%가 23.7%, 연 5∼8%가 6.9% 수준이다.

한미 기준금리

특히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기준금리가 연내 추가 인상돼 연 2.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국내 기준금리는 각각 연 3.0%와 2.5%로, 당시 신규 주담대 금리는 각각 연 6.81%와 5.63%까지 치솟았었다.

같은 시기 가계대출 금리별 비중은 연 5∼8% 대출자가 2008년 12월에 84.8%, 2009년 1월에 74.9%나 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연 5∼8%의 가계대출 금리를 지불하는 차주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게 되면 가계 경제와 부동산 시장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상 폭은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가장 큰 핵심 변수"라며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가 연 4%를 넘으면 부동산 매수를 관망할 가능성이 커지고 연 5%에 육박하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일 기준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2월(813건) 월간 매매량이 역대 처음으로 1천건을 밑돈 데 이어 이날 빅 스텝의 충격 여파로 이달에는 최소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동산 업계는 전망한다.

지난달 매매 건수 또한 아직 거래 등록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907건으로 900건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함 랩장은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에서 큰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 결정이 나오기는 어렵다"며 "매매 관망 속 저조한 주택 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랠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집값 하락세가 진정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이달부터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올려줬지만, 굳이 고금리·하락장에서는 집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연합뉴스 제공]

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의 수익형 부동산 매매 시장에도 금리 인상은 악재로 작용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 건수는 7천4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천835건) 대비 25%가량 줄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빅 스텝 인상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며 "월세 수익으로 대출 이자와 세금을 충당해야 하는데 금리 인상으로 상환할 이자 비용이 커지면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영향으로 점차 가속화되는 '전세의 월세화' 양상은 이번 빅 스텝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금리 상승기에는 유주택자뿐 아니라 무주택자도 고통받는데 무주택자들도 대부분 전세 자금을 대출받아 전세를 마련하기 때문"이라며 "세입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지불하기보다는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추후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집주인과 한 번의 계약으로 2년 동안 지불 금액이 일정한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4월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전월세전환율은 전국 5.7%, 서울 4.8%였다.

최근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최고 금리가 연 5% 중후반을 나타내는 상황을 고려하면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 이율이 더 낮은 경우가 발생한다. 전세자금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

함영진 랩장은 "임대인의 보증금 증액 요구를 전세자금대출로 해결하기보다는 자발적 월세를 선택하는 임차인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전세가율)이 높은 지방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 임대차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을 경우 보증금 반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