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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산업] 뉴질랜드 탄소농업 열풍에 사라지는 목장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에 너도나도 목초지를 탄소림(林)으로
일자리·축산 수출 약화 우려

뉴질랜드에 탄소농업이 인기를 얻으면서 뉴질랜드 목초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탄소 농업'은 뉴질랜드의 핵심적인 기후 정책으로 친환경정책에 오히려 목초지가 사라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난 3년간 3배나 폭등하자 투자자들이 축산 목초지를 사들려 임업지로 바꾸려는 현상이 뉴질랜드 전역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기후 정책이 더 강화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투기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권 가격 급등에 양·소 목장이 줄어드는 현상은 뉴질랜드 농업 부문의 일자리 감소와 최대 수출산업인 축산업을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에 목초지 대신 탄소농업

뉴질랜드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임업인에게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탄소 배출 기업은 대기로 내뿜은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주로 산림소유자들이 탄소배출권을 판매한다.

산림이 대기에서 흡수하는 탄소의 양만큼 이윤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뉴질랜드는 임업을 통해 탄소 배출량의 100%를 상쇄할 수 있도록 했다.

산림의 활용을 이처럼 극대화한 정책을 펼친 국가는 세계에서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 작지만 뉴질랜드 배출량은 팬데믹 이전에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1인당 기준으로 선진국 기준 가장 큰 탄소 배츨국 중 하나다.

동물이 배출하는 메탄 가스로 인해 농업 부문이 뉴질랜드에서 온실 가스를 배출했다.

링컨대 농업·식품 시스템 분야 명예교수인 키스 우드퍼드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으로 오늘날의 정책 결정은 수십년 동안 토지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영구 탄소 숲은 나무가 심어진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탄소 배출권을 획득한 목재 임업은 나무를 벌채 후 다시 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정적 처벌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법상 탄소 농업지에서는 28년간 나무를 기른 후 벌목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임업용으로 판매된 농장 부지는 1만 에이커였(4천만㎡)으나 2년 후에는 9만 에이커(3억6400만㎡)로 폭증했다.

이들 농장 부지 상당수는 호주, 말레이시아, 미국 등 외국의 구매자에게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탄소 농업 열풍에 목초지 가격 급등

용도 전환 열풍에 목초지의 가격도 급등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면적이 4000 에이커(1600만㎡)에 달하는 목장을 운영했던 존 힌드럽(67)은 2013년 180만 뉴질랜드달러(약 15억원)에 매입한 목장을 최근 1천300만 뉴질랜드달러(약 109억)에 매각했다. 10년도 안 돼 땅값이 7배 이상 뛴 것이다.

양과 소를 기르는 농장의 1에이커당 연간 수익은 160뉴질랜드달러(13만원)인데 반해 탄소 농지 수입은 그보다 훨씬 많은 1000 뉴질랜드달러(84만원) 이상이다.

탄소 감축 활동 수행으로 발급되는 '크레딧'은 현재 1개당 80뉴질랜드달러(약 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클랜드 공과대학의 기후변화 정책연구원인 데이비드 홀은 크레딧 가격은 몇 년 내로 100뉴질랜드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지만, 탄소 중립을 위해서라면 200뉴질랜드달러가 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키스 우드퍼드 교수는 "우리는 지난 100년간 목격하지 못한 토지 이용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이것은 토지 사용에 있어 거대한 변화인데, 우리가 원하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목초지 [무료이미지]

▲탄소 중립이냐 목초지냐, 탄소림 늘면 일자리 감소와 축산업 약화 우려

뉴질랜드가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필요한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국가의 탄소 농업의 필요성을 줄이는 기술 발전과 함께 얼마나 빨리 저배출 경제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 기후변화위원회는 2050년까지 270만 에어커의 탄소 숲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모델링에서 1300만 에이커 이상이 필요하며 이는 뉴질랜드 양 및 쇠고기 농장이 차지하는 면적의 약 70%에 해당한다.

270만 에이커의 양과 축산(소)을 없애면 연간 20억 뉴질랜드 달러의 수출 손실이 발생한다고 우드퍼드 교수는 설명했다.

육류와 양모는 뉴질랜드에서 두번째로 큰 수출 품목으로 총 수출액의 15% (약 120억 달러)를 차지한다.

우드포드 교수는 뉴질랜드에서 수출 격차를 메울 뚜렷한 산업이 없기 때문에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아 결국 수입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 지역 사회의 경우 탄소 농업은 일자리를 거의 생성하지 않는 나무의 "녹색 사막"을 만들 위험이 있다.

뉴질랜드 임업 부서(Te Uru Rakau)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구 탄소 임업은 식재 후 2,500에이커당 연간 약 1개의 일자리가 발생한다.

목재 임업은 파종과 수확 동안 수십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그 사이의 약 30년 동안은 발생하지 않는다.

소 및 양 사육은 2,500에이커당 약 13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정기적으로 계절별로 만들어진다.

궁극적으로 뉴질랜드 목장지가 탄소림이 되는 정도는 농부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클랜드 공과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니븐 윈체스터(Niven Winchester)는 농업과 같이 상당한 양의 온실 가스에 기여한 경제 부문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윈체스터 교수는 "우리 사회는 기후 변화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하며 비용이 많이 들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