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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대규모 적자에 '벼랑 끝' 한전. 전기요금 인상할까

한국전력이 2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에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전력구입비는 크게 늘었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되며 전력 판매가격은 그만큼 인상되지 않으면서 역대 최대 손실로 이어진 것.

다만 일각에서 정부가 최근의 물가 상승세와 민생을 고려하고 있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당장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전은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14조3033억원에 달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1분기 7조7869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냈으며 이어 2분기에도 6조5164억원의 적자를 냈다.

2분기 역시 지난해 한 해 적자액(5조8601억원)을 웃돌았다.

이처럼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진 데는 지난 지난 4월 ㎾h당 6.9원, 7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가 5원 인상되고 오는 10월에는 기준연료비가 kWh당 4.9원 추가 인상되지만 적자를 메우기 역부족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1분기, 2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33.6원으로 산정했으나 1~2분기 조정단가가 3원 이하였다. 오르는 연료비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한국전력 왜 적자폭 커졌을까?

한전의 적자폭이 이처럼 커진 데는 연료 구입비 급등 등으로 영업비용이 대폭 증가한 반면 전력 판매량은 늘고 전기요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대규모 영업손실에 따른 재무구조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그룹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6조원 규모의 부동산, 출자지분, 해외사업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 외에 적자폭을 낮출 다른 대안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경영 개선, 투자비 절감 등을 하고 있다. 민간 발전사와 한전 발전 자회사들이 전력 생산에 LNG, 석탄 등이 필요한데 세계적 연료비 상승으로 연료 구입비가 올랐다. 구입비 만큼 전기요금이 조정돼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그렇지 못한 만큼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연료비가 떨어지든지 연료비가 오르는 만큼 전기요금이 올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전 '팔수록 손해' 매출액 11.5% 늘때 영업비용 60.3% 급증

상반기 매출액은 31조992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1.5% 늘었지만, 영업비용은 46조2954억원으로 60.3% 증가했다.

전기 판매수익이 2조5015억원 증가하는 등 매출액이 3조3073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전력구입비와 연료비가 9조6875억원과 6조8239억원 증가하는 등 영업비용은 17조4233억원 급증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 연료 가격 급등으로 한전이 민간 발전사들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 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도 올랐다.

▲한전은 적자인데 민간발전사는 왜 흑자일까?

한전은 발전자회사뿐만 아니라 민간발전사들이 생산한 전기도 사들여 재판매한다.

민간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오르면 연료구입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

전력거래소는 연료비가 가장 싼 원자력발전부터 가동하고, 연료비가 비싼 LNG 발전은 나중에 가동하도록 한다.

이렇게 생산한 전깃값은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에 따라 발전자회사나 민간발전사에 지불한다.

SMP는 전력 거래시간별 수요ㆍ공급을 충족하는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비용으로 결정하고, 이를 전체 발전기에 적용한다. 연료비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 비용을 SMP의 기준으로 삼는다.

전력량이 모자라면 모자랄수록 한전은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전기를 사올 수밖에 없다.

민간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1726억원, SK E&S는 6192억원, GS EPS는 21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전력 서울 본부
한국 전력 서울 본부 [연합뉴스 제공]

▲한전 상반기 전력 판매가 110.4원, 하반기에도 적자 예고

이처럼 전력구입비 및 연료비는 오르는 데 한전의 상반기 전력 판매 가격은 110.4원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전력을 169.3원에서 사서 110.4원에 판 것이다. 한전이 밑지면서 계속 전력을 파는 셈이다.

이는 그간 정부가 물가안정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른 영향이다.

한전의 영업적자 규모가 하반기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도매가격(SMP)는 지난 4월 202.11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140.34원과 6월 129.72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151.85원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전력 구매 가격과 판매 가격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SMP가 200원 선을 웃돌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과의 갈등 속에 가스 공급을 대대적으로 줄였으며 국제 시장에서 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한전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에 정부, '전기요금 올리기 어려워'

정부는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하며 23년만에 상승폭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물가 상황에 전기요금까지 올리면 서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