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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라트비아, 中-동유럽 경제협력체 탈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가 중국과 동유럽국의 협력모델인 이른바 '16+1 동유럽 경제협력체'를 탈퇴했다.

서방의 중국 견제 속에 발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두 나라의 외교부는 11일(현지시간) 각각 발표한 성명에서 협력체 탈퇴 사실을 알리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와 인권을 존중하면서, 중국과의 건설적·실용적 관계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는 개별적으로 성명을 발표했지만 내용은 문구까지 거의 동일했다.

중국은 2012년 유럽연합(EU)에서 소외된 동유럽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추진하겠다면서 '16+1 경제협력체'를 출범했다. 동유럽 16개국과 중국이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겠다는 구상으로, 2019년에는 그리스가 합류하면서 덩치가 '17+1'로 커졌다.

그러나 지난해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가 먼저 이 협력체를 탈퇴한 데 이어 이번에 남아 있던 라트비아·에스토니아마저 결별을 선언하면서 협력체 규모가 '14+1'로 쪼그라들게 됐다.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제공]

라트비아는 협력체 탈퇴 이유에 대해 "현 국제상황에서는 (협력체 참여가) 더는 우리의 전략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에스토니아는 블룸버그통신에 "작년부터 이미 해당 협력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특별히 탈퇴 계기가 될 만한 사건은 없다"고 밝혔다.

양국이 구체적인 탈퇴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발트 3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가 직접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먼저 협력체를 탈퇴한 리투아니아는 대만에 사실상의 대사관인 '무역대표처'를 설치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최근에는 리투아니아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해 중국을 한 번 더 자극했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는 지난해 열린 17+1 정상회의 때 정상이 아닌 실무 당국자를 파견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참여국들은 중국이 약속한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오히려 대중 무역적자만 쌓이자 불만을 드러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러시아와 친분을 과시하고 유럽은 배척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발트 3국의 탈퇴를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의 반중국 정서가 확산하면서 협력체 참여국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앞서 5월 체코는 "중국이 약속한 대규모 투자나 상호 이익을 위한 무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체코 의회는 행정부에 협력체 탈퇴를 요구한 상황이다.

협력체엔 체코를 포함해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이 아직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