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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문답] 트위치 화질 제한으로 드러나는 망 사용료

최근 세계 최대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에 제공하는 최고 화질을 낮추면서 망 사용료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트위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영향력 아래 있다.

트위치는 30일부터 한국 시청자의 (영상) 원본 화질을 기존에 최대 1080p 적용한 것을 720p로 낮춰 적용한다.

트위치 측은 공지사항을 통해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해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과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왔다"며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위치
[사진=트위치 제공]

트위치의 이같은 행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망 사용료 법안이 수면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문제로 보고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을 대표로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월 8일 제안된 이후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있다.

이 법안은 CP의 망 사용료를 ISP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윤영찬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소수의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CP)가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CP)가 트래픽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간통신사업자(ISP)와의 자율적 협의에 의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고 있어 국내외 부가통신사업자(CP)간 역차별이 제기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제안 이유가 된 편중현상을 알려면 시간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심각했던 2020년을 봐야 한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상황인 만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당시 사람들은 넷플릭스 등 OTT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ISP측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사업자의 트래픽 양을 분석한 결과 구글 25.9%, 넷플릭스 4.8%였다. 2021년 같은 기간엔 구글 27.1%, 넷플릭스 7.2%로 더 늘었다.

이에 네트워크와 설비 투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통신업계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로 대표되는 사건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건이다.

2020년 4월부터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와 콘텐츠사업자(CP)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불을 두고 법적 공방을 시작했다. 원고인 넷플릭스가 1심에서는 지난해 6월 패소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기업 간 거래가 기본적으로 유상 행위를 전제로 하는 만큼 CP가 ISP에 망 사용 대가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고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망(CDN)인 오픈커넥트(OCA)를 통해 무정산 방식으로 연결되므로 망 이용대가를 낼 법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망 사용료 공청회 국회 2022.09.20
2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확전되는 양상

최근 들어 망 사용료 이슈는 확전양상이다. 국회에는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한 이후 앞서 소개한 윤 의원안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영식·박성중 의원, 민주당 김상희·이원욱, 무소속 양정숙 의원까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공통적으로 대규모 CP에게 망 사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은 담겨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를 비롯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ISP들에게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이들 모두 법안 적용을 받는 대형 CP들이다.

반면 넷플릭스를 비롯해 트위치와 구글은 반기지 않고 있다. 특히 구글은 유튜브를 앞에서 망 사용료 지급 논의를 반대해달라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의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인 거텀 아난드는 "망 이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며 "사람들이 이미 ISP에 접속료를 지불하고, CP도 콘텐츠를 가져오려고 ISP에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추가 요금 부과는 이중 부담"이라고 주장했고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선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에 참여할수 있는 게시물을 올렸다.

유튜브 망 사용료 반대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회 내에서도 반대 기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달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내 CP 측의 불이익을 우려해 망 사용료 부과 법안 통과에 신중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렸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공청회에서에서도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비용은 생각지도 않고 조그만 국내 망을 지난다고 돈을 받겠다는 것은 망 사업자 독점의 폐해"라며 망 사용료를 받을 경우 인터넷의 상호협력 원칙이 깨지면서 다른 나라도 사용료를 부과하게 되고, 이는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불공정행위를 제재한다는 입법 취지 자체에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국내 CP 규제 부담만 가중하는 선별적 입법 및 집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정보통신망(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 그에 따른 이용료(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의 규칙"이라며 망 사용료 지불이 당연하다고 주장했고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데이터 기반 사회·경제의 기반인 '망'을 구축·관리·운영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가 될 지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는 단순히 CP와 ISP간의 사안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G 시대가 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대용량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례가 앞으로 얼마든지 나올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게는 망 사용료 지불 문제가 넷플리스, 유튜브 등 CP 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 해외 사례는

망 사용료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제기되는 사안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지난 8월 유럽연합(EU)에 망 사용료 분담 차원에서 빅테크들이 유럽의 통신 설비 업그레이드 비용을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유럽 통신사들은 이미 고비용이 드는 5G와 광가입자망(FTTH·Fiber-To-The-Home)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를 하는 상황으로, (빅테크로 급증한) 트래픽 용량에 있어 특정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통신사 로비 단체인 '유럽 통신네트워크 운영자 협회'(ETNO)는 빅테크가 망 사용료로 200억 유로(약 26조8천700억 원)를 분담하면 EU 전체 경제에 700억 유로(약 94조500억 원) 상당의 파급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망 중립성은 지켜질 것인가

이번 사안의 핵심은 결국 망 중립성이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에 관해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트위치 사태는 어떻게 보면 망 중립성이 우리에게 당연한게 아닐수 있다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트위치는 한국에 최대 원본 화질 수준을 낮추면서 일본에는 4K 영상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