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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천하' 러시아 휩쓸고 간 리만, 주민들은 어리둥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합병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 리만을 탈환했다는 소식에 리만 주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단 하루지만 리만이 러시아에 편입됐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인터뷰에 응한 리만 주민 6명이 인터넷, 전기, 라디오가 차단돼 리만이 한때나마 러시아에 편입됐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아파트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 주전자에 물을 끓이던 올레나 하리코우스카는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이 리만을 러시아의 일부로 선언했다는 NYT 기자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에 주민 약 2만2천 명이 살았던 리만에서는 올해 5월 러시아가 리만을 점령한 뒤 수개월째 가스 공급이 끊겨 이처럼 모닥불을 피우는 주민이 많다.

하리코우스카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면서 "이 소식을 들으니 '그들은 나 없이 나와 결혼했다'라는 속담을 떠올라 재미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리만 탈환한 우크라이나 군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리만 탈환한 우크라이나 군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가 또다시 리만을 점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 보도를 요구한 한 주민은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4번째 리만의 '주인'이 바뀌었다면서, 러시아가 리만을 다시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러시아의 재점령을 걱정했다.

그는 "리만 주민들은 전쟁이 완전히 끝나야 기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라고 말했다.

2일 오전 우크라이나 공수부대 병력 일부는 리만 시의회 건물에서 러시아 국기를 내리고 지난달 23일부터 닷새간 치러진 러시아 합병 선거에 사용된 선거 광고물을 모아 불태웠다. 선거 광고물에는 '러시아와 돈바스 영원히'라고 적혀있었다.

이 모습을 본 한 주민은 방금 고향에 돌아왔다는 한 우크라이나 경찰에게 다가가 여기에 얼마나 오래 있을 것이냐고 물었고, 경찰은 "영원히"라고 답했다.

경찰은 "드디어 집에 왔다"면서 "지난 6개월간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너무 길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