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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치로 감소한 외환보유고, 과연 빨간불일까

한국은행, 9월 외환보유고 4167.7억달러 집계
전월대비 196.6억달러 감소...2008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
정부와 한국은행, 외환보유고 우려에 진화 나서
단기 외채 대비는 잘 되어있지만 리스크 챙길것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촉발된 고환율 상황에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도 유출중에 있다.

6일 한국은행은 9월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67.7억달러로 전월말 대비 196.6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간 감소폭이다.

한국은행 국제국 관계자는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기인했다"며 그럼에도 "2022년 8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8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위기설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하나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한은 측은 최근 1년 48억달러씩 감소 중이며 2008년 월 평균 70~80억달러 감소폭과 비교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며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으며, 2014년 이후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 유지 중인 점, 9월말 피치의 외환 건전성 평가 등을 근거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창용 2022.10.0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에서 외환보유고에 대한 우려 진화에 나섰다.

이 총재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우리는 지금 100% 조금 밑이고, IMF 기준은 80∼150%"라며 "IMF(국제통화기금) 안에서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짜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IMF는 한 나라의 수출액, 시중 통화량, 유동 외채 등을 가중평균해 합한 금액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가정하고, 경제 규모 등에 따라 기준의 80∼150% 범위에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지난해 한국의 실제 외환보유액은 IMF 기준의 99%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9월 외환보유고 감소는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 당국이 개입한 결과였다며 외환보유고 감소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나 외환위기 시절과는 감소율 부문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테그플레이션(고물가와 실직,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 우려에 대해서도 추 부총리는 우려가 과하다고 보면서도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 및 중국의 저성장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내년 경제 전망을 보다 정밀하게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도 성장성이 취약한 점은 있지만 시스템적 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외환보유고, 외채의 규모, 특히 단기 외채의 비중 등은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오는 과정에서 대비를 충분히 해놓았고 그것이 높은 국가 신용등급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성장성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 보여지나, 안정성/건전성은 양호하기 때문에 내부적인 시스템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의 소버린 리스크, 영국의 크레딧 리스크,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 등의 외부적 요인은 변수다. 안 연구원은 "외부적인 요소들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것이고, 국내적으로도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를 챙겨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