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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문답] 일제고사 부활 논란부른 기초학력 강조

11일 교육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교육부의 브리핑에 들썩인 하루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국무회의를 통해 기초학력을 강조했다.

그는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며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교육부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2023~2027)'를 발표했다.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국가 교육책임제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대국민 공청회, 관계부처·시도교육청 협의, 기초학력 보장위원회 심의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기초학력 보장법'에 따라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고해 확정했다.

현재 교육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파악하고자 특정 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용산 대통령실 2022.10.12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정부가 지금 기초학력 카드를 꺼낸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키워드는 수준 미달이었다. 그는 "지난해 고등학교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며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 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공정한 기회가 기초학력 향상에 있다는 이유도 있다. "청년들의 꿈이 좌절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저와 국무위원, 우리 정부에 있다"며 "청년들이 공정한 출발선에 선 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놔야 한다"고 윤 대통령은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된 이주호 장관 후보자 이력도 눈에 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추진한 인물이다.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사진=교육부 제공]

◆ 문재인 정부는 왜 전수평가를 없앴을까.

역대 정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은 그때마다 달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표집방식으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중 0.5% 대상으로 일부에 한해 실시했다.

이병박 정부 들어서는 전수평가로 바뀌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전체로 바뀌었고 박근혜 정부는 초등학교 6학년을 제외한 중3, 고2 학생 전체로 전수평가를 실시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표집 방식으로 바꾸고 중3, 고2의 3%로 바꾸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별 학교별 서열을 매기는 줄세우기 부작용 우려가 표집방식 회귀의 이유가 됐다.

교육부 학업성취도 평가

◆ 왜 일제고사 논란이 나왔나.

일제고사는 일제히 같은 날, 같은 문제를 푸는 방식이어서 해당 단어로 불린다. 대통령실은 일제고사 논란으로 줄세우기 논란을 진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11일 저녁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부활할 것이란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과거 정부에서 시행하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가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는데, 이를 앞으로 원하는 학교는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희망하는 학교만 자율평가'로 돼 있고, 이 방안대로 시행하는 것이라는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 때 폐지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새 정부 들어서도 계속 전수가 아닌 표집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인데, 윤 대통령이 이날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마치 전수평가가 부활하는 것처럼 해석된 것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말한 것이나 기초학력보장 종합계획에서 말한 것이나 일제고사, 전수평가를 부활하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전수평가' 용어가 나온 것"이라며 "'전수평가'라는 용어를 써서 해석에 조금 그것이(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현 정부는 줄세우기 논란을 어떻게 피하려 하는가

교육부는 이번 계획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아닌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강조했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평가 체제로서, 말 그대로 '자율 방식'이다.

학교 뿐 아니라 학급별로도 자율 신청이 가능하고 평가 결과를 학생 개인과 교사만 알 수 있어 예전처럼 학교별·지역별로 결과가 공개돼 서열이 매겨지는 '줄세우기'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간 비교가 목적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학습 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개인 베이스로 평가해 활용하는 것"이라며 "지역 안에서도 (교육감 재량으로) 학교별 비교 등은 못하도록 강력하게 행정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발언은 전수고사 부활을 염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초·중·고교 전수 학력평가 시행을 내걸었으며, 코로나19 학력저하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학력평가' 기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찍부터 나왔다.

교육부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 교육계 입장은

교육계 입장은 진영별로 나뉘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기초학력 보장 의지라며 환영을 표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학업성취도 평가 강요하려는 계획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교총은 "대통령이 직접 학업성취도 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하게 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표명한데 대해 환영한다"며 "국가의 교육책임 실현을 위해서는 모든 학생이 참여해 교과별, 영역별 강‧약점을 진단할 수 있는 평가체계 구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계획을 토대로 학교 현장에 적합하고 교사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 기본권의 보장이 교육감에 따라, 학교에 따라 들쭉날쭉 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기초학력 진단도구를 전국적으로 획일화하고 사실상 학업성취도 평가를 준강제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이 이전의 방안에 비해 무엇이 개선되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업성취도평가를 확대 실시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 지식 교과를 중심 문제 풀이 수업이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수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은 위축되고 지식 중심의 사지선다 찍기 시험이 표준화될 것이며, 현재 지역별·학교별로 다양화된 교육과정은 국영수를 중심으로 획일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