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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성장률 전망 낮춘 KDI "빅스텝 경기에 부담"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하향하면서 내년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를 반영해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에서 3.2%로 올려 잡았다.

▲KDI 내년 성장률 전망 1.8%로 낮춰

KDI는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이는 KDI가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3%에서 0.5%포인트(p) 하향 조정된 수치다.

국책연구원의 1%대 전망은 한국경제가 맞이한 복합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1%로 제시한 바 있는데 향후 이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1%대 성장률의 의미에 대해 "경제성장률만 갖고 경기 국면을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잠재성장률이 대략 2% 내외라면 1.8%는 그보다 하회하는, 그래서 내년에는 '경기 둔화 국면이다' 이렇게 진단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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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내년 물가 상승률 2.2%→3.2%, 물가안정목표 상회

KDI는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2%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치(2.2%)보다 1.0%p 올렸다.

KDI의 물가 전망치는 정부(3.0%)보다는 높고 IMF(3.8%), 한국은행(3.7%) 등보다는 낮은 수치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이 올해 전망치(5.1%)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KDI는 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도입단가 기준 올해 배럴당 98달러에서 내년 84달러로 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여전히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로 내세운 2%를 웃도는 수치다.

정규철 실장은 "국제 유가를 하향 조정했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향 조정해 어긋나 보일 수 있지만, 에너지 가격이나 곡물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경제에 많이 파급되는 것으로 보여 그런 점을 반영했다"며 "(공급 측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근원물가에도 많이 파급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내년 3.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2.4%)보다 높은 것으로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3.2%)를 웃돈다.

은행
[연합뉴스 제공]

▲수출·투자 부진에 경기 둔화, 빠른 금리 인상 필요성 낮아

KDI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의 부진으로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경기 둔화를 고려해 거시정책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물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완만한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내수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달 말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을 텐데, 가능하면 낮은 폭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해 가면서 물가 상승세를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천천히 올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하더라도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