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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가격 상한제 시행에 재정난 한전 숨통 트이나

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도매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의 상한제가 12월부터 1개월 단위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세로 고공 행진하던 전력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도매가격 상한제 시행으로 올해 누적 적자가 3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의 재무 상황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간 발전업계가 SMP 상한제는 발전 사업자들의 수익을 빼앗아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편이며 자유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16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긴급정산 상한 가격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규칙 개정을 추진 중으로, 이달 말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전기위) 상정·의결을 거쳐 내달 1일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 도매가격 상한제는?

한전의 전력사업은 공공 또는 민간 발전사로부터 SMP로 매긴 전기를 사서 가정과 기업에 공급하는 구조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직전 3개월간의 평균 SMP가 그 이전 120개월(10년)간 평균 SMP의 상위 10% 이상일 경우 1개월간 SMP에 상한을 두는 것이다.

가령 이달 SMP 상한제 적용 여부를 따진다고 가정하면 직전 3개월(8∼10월)의 가중평균 SMP는 kWh(킬로와트시)당 227원이다.

직전 10년간 가중평균 SMP의 상위 10% 가격은 kWh당 154원으로, 최근 3개월 SMP(227원)가 더 높아 상한제 발동 조건을 충족한다.

직전 10년간 kWh당 SMP는 106원으로, 산식상 여기에 1.5를 곱해 산출되는 SMP 상한제 적용 단가는 158원이다.

지난달 SMP가 kWh당 253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상한제를 적용하게 되면 가격이 95원(37.5%)이나 떨어지는 셈이다.

물론 SMP 상한제가 12월에 시행되면 이달 가중평균 SMP가 적용 단가 산정에 포함되기 때문에 하락 폭은 소폭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관련 고시 개정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조정실 예비 심사를 통과한 상황으로 이달 말 국조실 규제 심사와 전기위 심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규칙 개정은 규칙개정위원회와 전기위 심사가 남아 있다.

전기위 심의를 통과하면 산업부 장관이 승인한 직후 고시·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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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민간 발전업계, SMP 상한제 반발

산업부는 SMP 상한제의 적용 단가를 산정하는 산식에서 직전 10년치 SMP 배율을 기존 1.25배에서 1.5배로 상향하고, 상한제 적용 대상 또한 100kW(킬로와트) 이상 발전기로 한정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섰으나 대기업 계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이에 산업부는 오는 18일 민간 발전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제도 시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SMP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한전의 대규모 적자에도 계속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며 "SMP 상한제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 따라 시행이 불가피한 제도인 만큼 민간 업계의 협조를 구하고, 제도 보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SMP 급등으로 일부 민간 발전사의 경우 수익 여건이 좋아져 이를 회수하자는 차원에서 상한제 취지에 공감이 가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문제는 가스공사에서 직접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쓰는 민간 발전사들의 경영 상황은 대폭 악화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SMP 상한제는 민간 발전사를 쥐어짜서 한전의 적자를 보전해주겠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커지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을 규제하는 방법이 간편하고 부담도 적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에서는 발전용 천연가스 규제를 통해 SMP의 급격한 상승을 제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