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경기침체·물가·환율 변화에 통화정책도 바뀔까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 침체로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물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는 데다 물가·환율도 고점에서 떨어지고 있다.

경제계에선 '빅스텝'(0.50%p 인상)으로 상징되는 가파른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들이 급변하고 있어 앞으로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수출부진 등에 실물경기 하락

최근 발표된 거시 경제지표들을 5일 보면 실물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0월 전(全)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1.5% 감소,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감소폭이 최대다.

2020년 4월은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기가 급락하던 시기다.

현재 실물경기 하강 폭이 그때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수출은 지난 11월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14.0% 급감했다.

수출의 대표 품목인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이 30%가량 감소하며 수출에 큰 타격을 줬다.

서비스업 생산이 0.8% 줄면서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으며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0.2% 하락했다.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경기 회복 흐름이 약화되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경제계 곳곳에선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소비자물가
[연합뉴스 제공]

▲ 물가 상승폭 둔화, 환율도 1300원대 밑으로

물가 상승세도 빠른 속도로 둔화했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를 기록, 한 달 전보다 0.7%포인트(p) 낮아졌다.

절대적으로 5.0%라는 물가 상승률 수준을 낮다고 볼 수는 없으나 지난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를 기록한 이후 10월 한 달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세는 점차 꺾여가는 추세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과 통계청은 5% 안팎의 물가 상승률 수준이 당분간은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11월 물가 둔화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공급 측면인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세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개인서비스나 외식 등 물가도 소폭이나마 둔화 움직임을 보였다. 경기가 급속도로 둔화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배경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 이에 따른 금리 인상 속도 감속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선 아래(2일 종가 1,299.9원)로 내려온 상태다.

10월 한때 1,444원까지 올랐던 환율이 1,300원 선 아래도 내려온 것은 지난 8월 5일(종가 1,298.3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은 통화정책의 기본 전제조건도 빠르게 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한은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한국의 물가, 원/달러 환율 등 주요 변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행이 제시한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7%에 불과한 데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 문제를 얘기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급락 이슈를 제기한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면서 "한국도 금리 인상 속도의 조절을 이야기할 시점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