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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침체 사상 최악, 선두 3사 50억 달러 손실 예상

1,6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업계가 5G와 클라우드 시장이 지속적인 수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수석 연구 부사장인 에이브릴 우는 "반도체칩 업계는 공급업체가 더 나은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경기 침체는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전례 없는 위기가 업계 리더인 SK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현금을 고갈시킬 뿐 아니라 메모리 업체들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술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경제가 침체되고 있으며 남아 있는 소수의 메모리 업체들이 제휴를 맺거나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팬데믹 기간 홈오피스를 구축하기 위해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촉발됐던 판매 급증은 빠르게 하락했다며 이제 소비자와 기업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인해 고가의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구매자인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업체는 재고 비축량으로 인해 추가 구매가 불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재고량 증가
반도체 재고량 증가 추이 [블룸버그통신 제공]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중요한 지표인 재고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3배 이상 증가해 3~4개월치 분량의 공급량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경쟁업체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이미 생산하는 모든 칩마다 손실을 보고 있으며 3사의 총 영업 손실이 올해 기록적인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 다각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나머지 2곳보다는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덧붙여 이번 주 삼성의 분기별 실적이 발표되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마지막 남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 달 말 생산량 축소와 신규 공장과 장비에 대한 예산 삭가믈 발표하는 등 수요 급락에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도 투자를 줄이고 생산량을 줄였다. SK하이닉스의 재고 과잉은 업계의 침체 전 체결된 인텔 플래시 메모리 사업 인수도 부분적으로 원인이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업계가 팬데믹 종식, 우크라이나 전쟁,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등의 악재가 겹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주기적 경기 침체보다 훨씬 더 악화된 경기 침체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독일 인피니온 생산 오스트리아 2021.09.16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그러면서 업계의 관심이 반도체 업계의 단기 전망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삼성에 쏠려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오는 31일에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생산량 관리 계획에 대해서도 밝힐 예정이다.

삼성은 경기 침체 기간에도 투자를 지속해 회복세로 전환됐을 때 시장을 선점했으나, 업계는 이번에는 삼성이 공급을 축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칩 제조 장비 제조업체인 램 리서치는 지난 주 전례 없는 주문 감소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삼성, SK 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주요 고객으로 꼽고 있다.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25년 동안 본 적이 없는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마이다스 인터내셔널 에셋 매니지먼트의 신진호 공동대표는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주요 공급업체가 특히 D램 칩의 공급을 줄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시장의 다른 주요 부분인 NAND 칩은 더 많은 생산업체가 시장을 나눠 가져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낸드 시장은 D램 시장 회복 후 1분기 이후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불황이 길어지면 결국 낸드 시장에서 집중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낸드 생산업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키옥시아는 합병 협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