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7일 새 이사진을 선임함으로써 부품(DS) 부문장인 이윤우 부회장과 완제품(DMC) 부문장인 최지성 사장의 투톱 체제가 완성됐다. 삼성전자는 사내 등기이사를 4명으로 늘리고, 사외이사는 5명으로 축소함으로써 그동안 경영쇄신 과정에서 사내-사외 이사의 비율이 '2대 7'로 기형적인 구조였던 것을 '4대 5'로 정상화했다.
◇이윤우-최지성 투톱 = 삼성전자는 이날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현 대표이사인 이윤우 부회장을 재선임하고, 최지성 사장과 윤주화 감사팀장 사장, 이상훈 사업지원팀장 부사장을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선임안을 처리하고, 이어 열리는 첫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업계와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윤주화 사장과 이상훈 부사장은 등기이사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재 공동 대표이사인 최도석 전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삼성카드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돼 다음 달 주총 때까지만 법률적인 대표이사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이번 이사 선임안이 주총을 통과하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단행한 대대적인 조직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게 되며,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 투톱의 독립적인 경영체제가 공식화된다. 지난달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경영의 핵으로 떠오른 최지성 사장은 이번 조치로 한층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경영쇄신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윤주화 사장은 1998년 경영지원팀장을 맡은 이래 줄곧 같은 분야에서 활동해오다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한 인물로 삼성전자 내에서 손꼽히는 경영관리 전문가이다. 이상훈 부사장은 과거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팀 담당 임원으로 활동했고,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담당임원을 거쳐 지난해 6월 말 전략기획실 해체로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윤우-최지성 투톱이 경영을 책임지고, 윤주화 사장이 경영혁신 및 관리 분야를 담당하며, 이상훈 부사장이 관계사 간 사업영역 조정과 자원 배분, 미래사업 기획 등의 업무를 맡게 되는 구조다.
◇사외이사 축소 =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7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 임기가 만료된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윤동민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박오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등 3명은 재선임됐다. 그러나 정귀호 전 대법관,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2명은 재선임되지 못했다. 이갑현 전 외환은행장, 요란맘 전 CE 아시아퍼시픽 사장 등 2명의 사외이사는 임기가 남아있어 이번 이사회의 논의대상이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 숫자를 축소한 것은 지난해 4월22일 발표한 경영쇄신안에서 회사와 직무 연관성이 있는 인사는 사외이사에 넣지 않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결과 대법관과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인 두 명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9년생인 정귀호 대법관의 경우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용퇴의사를 밝혔고,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미 3선을 했기 때문에 재선임을 고사한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오수 이재웅 교수는 학계인사이고, 윤동민 변호사는 1999년 법무부 보호국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지 10년 정도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직무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가 줄어들면서 사내 등기이사와의 수적 균형이 정상화됐다. 삼성전자는 2000년 2월 주총에서 사내.외 이사의 비율이 7대 7로 출발했으나, 2003년 2월 진대제 당시 대표이사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6대 7 구조로 5년 동안 운영됐다.
그러던 것이 이른바 삼성사건의 여파로 김인주 사장이 지난해 3월 임기만료와 함께 재선임을 고사했고, 이어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이 같은 해 4월28일, 윤종용 부회장은 5월14일 차례로 퇴진함으로써 이윤우 부회장과 최도석 사장 등 2명만 등기이사로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