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 떨어지면 경상수지가 70억 달러 정도 나빠지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2일 `환율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10% 상승(환율 10% 하락)할 경우 순수출이 연간 약 50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 밝혔다.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가격이 올라가고 수입가격이 떨어져 국민 실질 구매력은 증가하지만 수출이 감소하는 효과가 이보다 더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한은은 서비스수지도 나빠져 총 70억 달러 만큼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환율의 파급 효과는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점차 약해지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하락의 주요 부작용으로 꼽히는 기업 채산성 악화의 경우 실제로 따져보면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실제로 환율 하락기였던 지난 1999년에서 2000년 사이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29%포인트 올랐다. 2002년에서 2007년 사이에도 환율이 떨어졌지만 이익률은 0.3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율이 오른 2001년에는 1.88%포인트 하락해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 결과를 보여줬다.
다만, 환율이 달러당 1,000원 밑으로 내려간 2006~2007년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환율이 1,000~1,250원 사이에 머무르던 때와 비교해 1.2%포인트가량 하락해 환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박세령 차장은 "채산성에는 환율 변동 외에도 여러 요인이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도 "우리 수출 구조가 바뀌고 수출시장에서 기술이나 마케팅 등 비가격 경쟁력이 중시되는 등 과거와 상황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환율이 떨어지면 무조건 우리 기업들에게 악재가 된다는 기존의 통념과 업계 일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끝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물가상승을 억제해 소비자에게는 득이 될 뿐 아니라 대외채무 상환 부담도 줄고, 급격한 환율 하락을 방지하는 데 쓰이는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우리 경제에는 긍정적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