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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김은혜 기자] 영화는 상영에 앞서 대중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예고편을 보여준다. 2시간 남짓 하는 영화를 단 몇 분 만에 압축해 보여주는 예고편이기에 제작자는 영화를 제대로 보여주기에 노력한다. 예고편에 따라 대중들은 작품을 선택하고,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우아한 '백조'와 도발적인 '흑조' 연기를 보여주며 시선을 끌었던 '블랙스완' 예고편은 여성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완벽한 '백조' 연기와 달리 '흑조'를 연기하는 데에는 어딘지 불안한 뉴욕 발레단의 니나(나탈리 포트만),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관능적인 매력은 뿜어내며 은근히 그녀와 비교되는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스릴러로 보이는 이 예고편은 여성들의 로망인 발레리나의 삶과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든다.
그러나 막상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소름끼치는 연기지만,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장르가 '스릴러'가 아닌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영화를 본 나의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이미지'를 보여주는 영화의 영상은 쉽게 머릿속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공포 영화를 보고 난 뒤 악몽을 꾸기도 하고, 범죄 영화가 모방범죄로 이어지기도 하고,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청소년 불가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18세 이상의 성인들에게는 영화를 선택해서 볼 권한이 없다. 사실 모든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인이 얼마나 될까? 성인이라고 해서 이성적으로 작품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에서 보이는 다양한 장면과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어른 같지 않는 어른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있지 않는가?
'이미지'가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상관없다. '18세 금'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작품의 충격성에 대한 등급을 매겨주면 어떨까? 충격의 강도를 알았더라면, 나의 행동(블랙 스완 예고편에 유혹돼 영화를 본 일)에 후회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진=영화 블랙스완 속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