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독일발 '그리스 포기설'로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자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장관인 필립 뢰슬러는 12일(현지시간) 일간지 디 벨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유로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단기적으로 어떠한 점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말아야 한다"며 '질서 있는 디폴트'를 언급, '그리스 포기설'을 확산시켰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그리스가 국가 부도를 피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으며,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구체적으로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그리스의 부도에 대비해 그리스를 유로존에 그대로 남게 하거나 이전의 통화로 복귀하도록 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 금요일 유럽증권 시장 마감 직후 독일이 그리스 부도를 염두에 두고 독일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그리스 포기설'이 금융시장에서 나돌기 시작한 상황이었기에 이날 '그리스 포기설'은 루머가 아니라 근거있는 사실로 더 크게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독일 보수 정치인들이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이날 독일 언론은 기독교사회당(CSU)이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들이 긴축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유로존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서 화들짝 놀란 유럽 금융시장이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을 실제로 높게 보기 시작하며 증시가 폭락하자 독일 정부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뢰슬러 경제부 장관은 "우리의 공동 목표는 유로화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바란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앙겔라 메르켈 총리 대변인도 기자회견을 열어 "독일은 그리스가 긴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라며 오랜만에 그리스를 두둔했다.
독일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리스 부도 가능성'을 잇따라 언급한 것은 그리스에 긴축을 이행하도록 하는 압박이 주목적이었다. 그리고 그리스가 전날 부동산 특별세를 신설하고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의 추가적인 긴축 방안을 내놓고 유럽 금융시장이 독일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발언의 수위를 한 단계 낮추었다.
하지만 '그리스 포기설'과 관계 없이 여전히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90%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전 세계의 금융시장은 계속해서 초긴장 상태에서 그리스를 주목할 수 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