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그리스 채권의 상각 규모를 논의 중인 가운데 은행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잘못으로 발생한 재정위기의 손실을 왜 은행이 져야 하느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어 채권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프랑스 재무부는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이 감수해야 할 상각비율이 지난 7월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협상과정에서 합의됐던 21%를 넘을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유럽의 한 관리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준은 50%"라면서 이는 최고 한도이며 실제 수치는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와 EU 지도부는 오는 23일 열리는 EU 정상회담 전에 그리스 채권 상각 비율을 결정하기 위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등과 3시간여에 걸친 회동을 마친 뒤 "유럽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을 감안, 도전에 맞서고자 앞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엘리아스 모시알로스 총리 대변인은 "상각비율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해결방안은 법적·경제적으로 건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유로존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서는 한치의 의심도 없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손실을 부담해야 할 은행권은 상각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최고경영자(CEO)는 재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면서 채권 상각 논의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의 재원이 아니라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점"이라면서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자발적이지 않거나 강압적 요소가 있는 모든 방안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은행이 타격을 받는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은행들이 우선 정부의 지원 아래 자본시장에서 자본 확충을 모색한 뒤 여의치 않으면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