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전월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자본재 수입이 큰 폭으로 줄면서 일종의 `불황형 흑자'를 나타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월 2억9천만달러보다 28억1천만달러 늘어난 31억달러였다.
지난 8월 기업의 하계휴무 등의 영향으로 7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달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등이 개선되면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승용차, 철강제품, 석유제품 등의 수출 호조로 전월 3억7천만달러에서 23억7천만달러로 증가했다.
수출은 474억8천만달러로 전월보다 18억5천만달러 늘었고, 수입은 451억1천만달러로 전월보다 1억5천만달러 줄었다. 통관 기준으로 보면 수출은 457억8천만달러에서 468억3천만달러로 늘었고, 수입은 454억1천만달러에서 452억7천만달러로 줄었다. 수출 증가세는 철강, 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엔고(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자본재 수입은 119억8천만달러로 전월보다 14억7천만달러(11%) 감소했고, 작년 동월 대비 증가율도 4.5%로 전월 14.1%보다 크게 둔화됐다.
한은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늦추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자본재 수입이 줄어 경상수지 흑자폭 늘어났다"면서 "그러나 이는 향후 성장력 제약할 수 있어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 및 사업서비스수지 개선으로 전월의 5억8천만달러 적자에서 7천만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이전소득수지는 대외송금이 감소하면서 전월 2억달러 적자에서 1억2천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는 이자 지급이 늘어 전월 7억달러에서 5억4천만달러로 줄었다.
금융계정은 유출초 규모가 전월 17억3천만달러에서 46억8천만달러로 확대됐다.
이중 직접투자는 해외투자 증가로 유출초 규모가 전월 10억4천만달러에서 21억달러로 확대됐다.
증권투자는 채권 부문의 순유입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의 유출이 줄면서 전월 29억2천만달러 유출초에서 17억7천만달러 유입초로 전환됐다.
파생금융상품은 1억5천만달러 유출초를 나타냈다.
기타투자는 은행의 단기 대외운용 증가와 차입금 상환 등으로 전월 46억4천만달러 유입초에서 170억9천만달러 유출초로 전환됐다.
준비자산은 월중 128억8천만달러 줄었고, 자본수지는 1억8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9월 중 경상흑자가 152억7천만달러에 달하면서 한은의 연간 전망치인 155억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현재의 추세라면 155억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무난해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경상흑자가 전망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전망치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