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재수 기자] EU에 이어 미국에서도 금융거래세(Financial Transactions Tax)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 상원의 톰 하킨(민주) 의원과 하원의 피터 디파지오(민주) 의원은 2일 열리는 상ㆍ하원 본회의에서 금융회사의 각종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킨 의원은 "금융거래세법이 도입되면 세수 증대의 획기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거래세는 오는 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채택될 예정이라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거래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연합(EU)이 제안해 온 것으로, 주식ㆍ채권ㆍ외환 등의 금융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정책을 말한다. 제안자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의 이름을 딴 `토빈세` 나 의적의 이름을 딴 `로빈후드세`라고도 불린다. 애초에 단기성 투기자본을 막기 위해 고안됐으며,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세수 확대 목적도 있다.
지난 9월 EU 의회에서 공식 제안된 금융거래세법이 오는 2014년 발효될 경우 연간 780억 달러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EU의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는 현재 영국과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은 영국이 계속 반대할 경우 유로존 만이라도 금융거래세를 도입할 것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도 금융거래세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증세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월가의 눈치를 보며 이 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G20 회의를 앞두고 이에 대한 입장표명 자체를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법안을 제안한 두 의원은 자신들이 제안한 금융거래세율은 EU의 0.1% 보다 낮은 0.03%에 불과하며, 향후 EU 논의의 진척 여부에 따라 미 의회의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G20 정상회의를 며칠 앞둔 지난달 30일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금융거래세 도입에 유럽연합(EU)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도입론에 다시 불을 지핀 만큼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거래세에 대한 정상들의 열띤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