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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소득불평등 1980년대 초반 수준… 포퓰리즘에 취약하고 사회갈등·정치불안 초래"

[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1980년대 초반과 같은 수준이어서 포퓰리즘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유경준 연구위원은 23일 시론 성격의 `KDI 포커스'에 게재한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하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도가 1990년대 초반까지는 개선됐지만 외환위기 전후로 치솟은 후 최근 제자리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득격차가 심할수록 계층 상승 이동이 줄어든다"며 "기회의 불평등으로 소수만 잘산다는 생각이 팽배해지면 포퓰리즘과 보호무역론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격차가 계속되면 심각한 사회갈등이 생기고 정치 불안까지 생긴다며 해결을 위한 사회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공적연금제도나 이전지출 등 재분배정책이 소득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OECD 국가 가운데 약 25%가 이 같은 정책으로 소득불평등도를 낮췄지만 우리나라의 재분배정책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불평등도 감소분은 7%에 불과하며, 교육, 보건, 돌봄 서비스 등 공공사회서비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비중(8%)도 OECD 평균(13%)에 미치지 못한다.

보고서에서 기술진보와 개방화도 소득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첨단기술은 대부분 교육을 잘 받은 숙련층에 유리하고, 개방화로 공장이 생산비용이 싼 나라로 옮겨가면 저소득층의 임금은 낮아지기 때문.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전에는 제조업 수출이 늘면 고용과 분배가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였지만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제조업의 고용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며, 서비스업은 낮은 생산성과 과당경쟁 때문에 소득불평등도가 악화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한국의 높은 대학진학률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고령화에 대비한 평생교육훈련제도도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일자리의 양과 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